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 방안 중 여러 부처가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부처의 신설이다. 이를 둘러싸고 부처 간 힘겨루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5년 전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면서 ICT기능을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분리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이들 기능을 통합한 "ICT 전담 부처의 신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청사진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관련 부처는 박 당선인의 발언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에 ICT 전문가가 한 명도 발탁되지 않아 조정 기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ICT 기능을 놓고 부처 간 신경전이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이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방안도 뜨거운 감자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 부문을 떼어내는 것을 넘어 방통위의 정보통신 기능까지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의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ICT 전담 부처가 만들어지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보통신부에서 넘겨받았던 업무를 고스란히 다시 돌려줘야 한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신성장동력과 연구·개발(R&D)의 상당 부분을 넘겨줘야 한다. 이 경우 지식경제부에는 에너지와 자원 분야 업무만 남게 된다. 그 결과 지경부 전체 인력의 3분의 1 이상이 빠져나가게 되면서 과거 산업자원부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
때문에 지경부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홍석우 장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은 '정책 연속성'을 명분으로 조직 개편 반대 논리를 펴면서 정치권과 인수위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 실세 의원인 최경환 전 장관이 인수위에서 제외된데다 방통위 등 다른 부처의 견제도 만만치 않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기획재정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장기 미래전략과 국가 정책 수립 지원, 예산편성 기능 등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우정사업본부의 저축과 여신 등 금융기능을 누가 맡을지를 놓고도 서로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기재부는 또 매년 2조원에 달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누가 주관할 것인지를 놓고 외교통상부와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어서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밖에도 기재부는 기존의 국제금융 기능을 분리해 금융위원회와 합쳐 금융부로 승격시키는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해양수산부 부활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어쩔 수 없이 해양과 수산업무를 내놓아야 하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도 울상이다. 이들 부처는 5년 전으로 회귀할 경우 부처 업무의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기존 업무 영역을 지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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