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샛별초등학교 6학년 한솔환(12)군은 학교 행사나 조회시간 때 애국가를 부르는 게 즐겁지 않다. 반주 음역이 높아 고음 부분을 내기 어려운데다 곡도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한군은 "우리 국가를 크게 잘 부르고 싶은데 키(Key)가 너무 높아 힘들다"며 "애국가 제창 때 입만 벙긋거리는 친구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군처럼 음역대가 높아 애국가 부르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CD음반이 나왔다. 충북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실제 음역대에 맞는 애국가 CD를 만들어 충북도내 일선 초ㆍ중ㆍ고교에 배포했다고 7일 밝혔다. 올해 신학기부터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는 새 애국가 연주곡은 초ㆍ중등별, 남ㆍ녀별로 학생들이 가장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음역대로 다양하게 제작됐다. 현재 학교에서 쓰이고 있는 애국가 음역대는 가장조(A)곡. 충북교육청이 제작한 CD는 이보다 한, 두 단계 음역을 낮춘 것이다. 초등학생을 위해서는 내림마장조(Eb)로, 중학교 변성기 전의 학생과 남ㆍ녀공학생을 위해서는 바장조(F)로 각각 편곡했다. 중학교 여학생과 변성기를 지난 고교생 용으로는 사장조(G)로 만들었다.
학생들의 호흡이 짧아 느린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느리고 장엄하게'인 곡 빠르기는 '조금 느리게'로 바꾸었다.
충북교육청이 애국가 편곡에 나선 것은 음역대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일선 음악 교사들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충북도립교향악단이 교육기부 의사를 밝혀왔다. 지휘자 겸 예술감독인 이종진씨가 편곡을 하고, 악단은 연주를 도맡았다. 초등학생용 노래는 목영준(청주남평초5)군이, 중ㆍ고교생용은 테너 강진모, 소프라노 김계현씨가 불렀다.
CD제작을 주도한 충북교육청 송향금 장학사는 "애국가가 학교에서 외면을 받으면서 애국가 1절 가사를 제대로 못쓰는 학생이 60%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학생들이 우리 국가를 편안하고 쉽게, 널리 부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국가는 나라를 상징하는 만큼 부르기 어렵다고 해서 바꿔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여 논란도 예상된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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