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를 풀고 있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식은 세웠지만 답을 구할 수 없다고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다. 45×3을 계산하면 답이 나온다는 것까지는 알았다. 하지만 학생의 말은 이랬다. "저는 아직 한 자리 곱하기 한 자리만 배웠고, 두 자리 곱하기 한 자리는 배운 적이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마지막 단원이 곱셈이고 2학기의 첫 단원이 곱셈구구이다. 곱셈은 더하기와 곱하기의 관계를 이해하여 곱셈의 개념을 배우는 단계이고, 곱셈구구는 구구단을 외우는 단계이다. 곱셈의 개념을 이용하여 45를 3번 더하면 될 텐데도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이라고 한 것이다.
이는 곱셈이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하는 것이라는 기본 개념에 충실하지 못한 공부의 예이다. 10년 전의 초등학교 수학은 정답만 나오면 그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확장하는 능력을 중시하지만, 최근에는 왜 그렇게 되는지를 묻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교과서든 문제집이든 도입부에는 그 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나눗셈의 개념도 살펴보자.
첫째, 12개의 사과를 3개의 접시에 담으면 사과는 한 접시에 몇 개씩인가?
둘째, 12개의 사과를 3개씩 접시에 담으면 모두 몇 개의 접시가 필요한가?
을 보면 12개의 사과를 3개의 접시에 똑같이 나누면 4개씩 담게 된다. 이 경우는 사과를 3접시에 똑같이 나누는 나눗셈이다.
에서는 12개의 사과를 3개씩 담았더니 모두 4개의 접시가 필요했다. 12-3-3-3-3이라는 연산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사과를 3개씩 똑같이 덜어내는 나눗셈이다. 나눗셈이란 똑같이 나눈다는 의미이지만 똑같이 묶음을 만드는 경우가 더 많이 사용된다.
6학년 1학기 분수의 나눗셈에서도 위와 같은 개념이 나온다. 3÷1/2를 배우는데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똑같게 나누는 나눗셈'으로 생각해야 할지 '똑같이 덜어내는 나눗셈'으로 생각해야 할지 묻는다. 나누는 수가 자연수가 아닌 경우는 '똑같이 나누는 나눗셈'은 의미가 없다. 3학년이 넘어가면서 나오는 나눗셈은 '똑같이 덜어내는 나눗셈'으로 생각하면 된다.
맨 앞의 일화는 나눗셈에도 적용된다. 129÷3에 대해 세 자리 나눗셈을 못 배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접시 3개를 그려놓고 먼저 120을 40씩 나누어 준 뒤 9를 다시 3씩 나누어주면 한 접시에 43이 된다. 수학은 원리를 분명하게 배울 때 한 가지를 배우고 열 가지를 아는 학생이 된다.
천종현 소마사고력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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