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런던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당당한 체구의 신예 '궁사'의 표정은 여유가 넘쳤다. 올림픽에 첫 출전한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포커 페이스로 화제가 됐던 김법민(22ㆍ배재대)은 소년 티가 가시지 않은 초짜다. 오진혁(32ㆍ현대제철), 임동현(25ㆍ청주시청) 등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하게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개인전 4강 진출 실패의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다.
"8강전에서 중국 다이샤오샹의 화살이 선에 걸린 순간 이미 슛오프 첫 발이 중심에서 먼 9점이어서 탈락을 직감했죠."
김법민은 당시 1세트를 26-30으로 패해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세트스코어 1-3으로 뒤진 가운데 3세트를 27-26으로 따내면서 세트스코어 3-3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김법민은 4세트마저 29-28로 이기고 역전에 성공했지만 5세트에서 다시 27-29로 패하며 결국 연장전 슛 오프에 돌입했다. 단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 오프에서 먼저 활을 쏜 김법민은 9점. 다이샤오상도 9점을 기록했지만 가운데에서 더 가까운 위치에 적중시킨 다이샤오상이 4강에 진출했다. 그는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은 올림픽 무대다 보니 많이 떨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첫 출전에서 메달을 따냈다는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활 시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첫 올림픽에서 큰 경험을 했으니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죠."
올림픽이 끝나고 2013년 새해를 맞은 김법민은 배재대에서 다시 활을 잡기 시작했다.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올림픽 이후 맏형 오진혁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달 6일 대전시체육대상 우수선수에 선정됐고, 매스컴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기대주 김법민에 대한 양궁계의 기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김법민은 "2016년 올림픽 전까지 내년엔 아시안 게임이 있고, 올해는 세계선수권이 있다. 우선 대표에 선발되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최종 꿈을 향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최재동 배재대 코치는 "항상 밝고 긍정적이다. 단 너무 신중해서 활을 쏘는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것만 보완하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보인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국가대표 3차 선발전까지 성적을 토대로 남녀 각 상위 7명 안에 포함된 김법민은 오는 13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다시 강훈련에 들어간다. 3월 예정된 4차 선발전까지 통과하면 오는 9월 터키 안탈라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
"런던 올림픽을 통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그 동안 받은 관심과 사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보답하겠습니다.”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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