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부유층 전유물'의 등식이 깨졌다. 구매층이 30대 일반 직장인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사상 처음 두자릿 수에 진입했다.
업계에선 현대ㆍ기아차 이외엔 달리 대안이 없는 국내 자동차시장 구조상 수입차의 질주는 계속될 수 밖에 없어 3년 후엔 점유율 15%, 6~7년 후면 20%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는 우리나라에서 13만858대가 신규 등록됐다. 전년도에 비하면 무려 24.6%나 늘어난 것.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지난해 제자리걸음 혹은 뒷걸음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수입차의 확대속도는 질주를 넘어 폭주에 가까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입차는 사상 처음 두자릿수 점유율(10.0%)에 진입했다. 1년 새 2%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다. 수입차를 다 합치면 현대ㆍ기아자동차 71.7%, 한국지엠 10.1%에 이어 '빅 3'에 해당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점유율 두 자릿수 돌파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점유율이 10%는 수입차가 특정계층의 전유물을 넘어 '대중차종'이 되었다는 상징적 수치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시장이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10대 중 1대가 수입차라는 얘기인데 이 정도 되면 길거리에 수입차가 눈에 띄게 많아져 홍보와 판매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게 된다"며 "시장점유율 15%까지 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왜 갑자기 수입차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가격이 구매할 만한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점. 2003년 수입차 평균가격은 7,700만원이었지만, 2011년에는 6,300만원으로 떨어졌다. 그 사이 소비자물가가 수십 %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가격은 오히려 1,400만원이나 내려간 것이다.
지난해에는 5,000만원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별차종으론 3,000만원대도 허다하다. 한 수입차 딜러는 "이 정도 가격이면 국산 자동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30대 과장 대리급 직장인들도 충분히 구매할 가격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국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대부분 국산 완성차 브랜드들이 워낙 지리멸렬하다 보니, 현대ㆍ기아차에 싫증이 날 경우 소비자들은 아예 수입차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입차 시장이 양적인 팽창만큼 질적인 성장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차값은 내렸지만 부품과 공임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고, 애프터서비스(AS)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불편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판매가격이 내려가긴 했지만 선진국 판매가와 격차는 여전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 이외의 국산 완성차들이 정상화되지 못한다면 수입차들은 시장을 더 넓혀나갈 것"이라며 "현대ㆍ기아차 역시 중대형 쪽에서 경쟁력을 더 높이지 못하면 갈수록 고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수입차 1위 브랜드는 BMW(2만8,152대)였으며 그 뒤를 메르세데스-벤츠와 폴크스바겐, 아우디가 이었다. 독일브랜드가 1~4위를 석권한 셈. 도요타가 5위로 겨우 이름을 올렸다. 가장 인기 있었던 차종은 BMW 520d(7,485대)였고 그 다음이 도요타 캠리였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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