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였어요. 현실적으로 쉬운 길을 찾으려 했다면 바이올린 연주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겠죠."
캐나다 출신의 '한 손 바이올리니스트' 아드리안 아난타완(30)씨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오른쪽 손과 팔의 일부가 없는 상태로 태어난 그는 9세 때부터 활을 쥘 수 있는 주걱 모양 보조기구를 팔에 붙여 바이올린을 연주해 왔다. 뉴욕 카네기홀, 백악관, 아스펜 음악제 등에서 리사이틀을 열었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연주했다. 지난해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와 유럽 10개 도시 순회공연을 한 유망 연주자다.
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리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에서 수원시향(지휘 김대진)과 협연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7일 만났다. 그는 "다른 문화권의 무대는 늘 설레지만, 특히 클래식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는 한국 무대를 앞두고 무척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 바이올린을 익힐 때는 진짜 연주회를 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다니 그야말로 꿈이 이뤄진 거죠."
약사였던 홍콩인 어머니와 그래픽 디자이너인 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우연한 계기로 바이올린을 접했다. "리코더를 배우는 음악 수업이 있어서 제게 대안이 될 악기를 찾다가 평소 음색이 아름답다 느꼈던 바이올린을 떠올렸죠. 드럼이나 트럼펫은 너무 시끄럽잖아요. 팔의 일부는 없지만 보조기구를 사용할 만큼은 남아 있기도 했고."
처음 큰 무대에 섰을 때의 조바심을 그는 잊지 못한다. "남과 다른 내 모습을 여러 사람 앞에 드러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힘든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연주는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게 연주는 늘 즐겁죠."
그는 주무대인 캐나다와 미국에서 그렇듯 한국 관객도 신체적 차이가 아닌 오롯이 음악으로 자신을 평가해 주리라 확신한다. 양손을 쓰는 연주자들과 조금 다르게 활을 움직이지만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가 있듯 그게 나만의 독특한 연주 스타일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레퍼토리 선택에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주법)가 있는 곡을 제외하면 곡 선택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이번에 연주할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는 열정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어서 좋아해요."
요즘은 가르치는 일에 열심이다. 지난해 하버드대 교육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보스톤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 장애인의 예술 활동도 적극 돕고 있다. "핵심은 장애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고 아이들이 음악의 어떤 점을 정말 사랑하느냐죠. 강한 열망만 있다면 연주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다른 음악가와 다를 바 없다"며 어떤 질문에도 밝게 대답하던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큰 한숨을 내쉰 순간이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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