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중음악계를 뒤흔든 건 '네오-마이너리즘'이었다. 대중은 더 이상 아이돌 그룹의 후크송(짧은 후렴구와 반복적인 가사가 특징인 노래)과 화려한 군무에 열광하지 않았다. 새로운 음악이 필요했고 때마침 등장한 '비주류의 반란'에 환호했다. 'B급'임을 자랑스러워 했던 싸이가 하반기를 지배했다면, 상반기의 주인공은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3인조 밴드 버스커 버스커(장범준 24ㆍ김형태 22ㆍ브래드 30)였다. 전자음악의 홍수 속에서 버스커 버스커는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우며 연이은 히트곡으로 상반기 가요 차트를 장악했다.
'벚꽃 엔딩'(4위), '정말로 사랑한다면'(12위), '여수 밤바다'(16위), 첫사랑'(19위). 국내 주요 음악사이트의 매출 데이터를 모아 집계하는 가온차트의 지난해 1~11월 '디지털종합' 차트 20위권에 네 곡을 올린 가수는 버스커 버스커가 유일했다. 월드 스타 싸이(1곡)도,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 빅뱅(3곡)도 이들의 기록을 넘어서진 못했다.
버스커 버스커는 2012년 최고의 신인이었지만, 정작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가요축제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사적인 영역으로 숨어버린 이들은 "쉬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011년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 3' 출연 이후 잠시 CJ E&M에 소속됐던 버스커 버스커는 지난해 6월 이후 '무소속' 상태. CJ E&M의 한 관계자는 "멤버들이 방송에 나가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것을 어색해 한다"며 "지금은 활동을 쉬고 있기 때문에 방송 활동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 하는 것 같다. 아직 새로운 소속사도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버스커 버스커는 지난해 6월 앙코르 콘서트를 끝으로 공식 활동을 중단했다. 한때 해체설이 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의 한 측근은 "장범준은 작업실에 틀어 박혀 작곡에 몰두하고 있고 다른 두 멤버 김형태와 브래드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서 틈틈이 악기 연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브래드는 지난해 8월 결혼 후 한국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고, 장범준은 최근 배우 송지수와 교제 중인 사실이 알려진 뒤 전화번호를 바꿨다.
버스커 버스커의 시작은 미약했다. '슈퍼스타K 3' 생방송 경연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미 탈락한 상태였던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들었던 한 밴드가 자진 하차하면서 '패자부활'의 기회를 얻었고, 결국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이변을 연출했다.
버스커 버스커는 프로페셔널급의 실력을 갖춘 울랄라세션에 비하면 아마추어에 불과했다. 상명대 천안캠퍼스 애니메이션학과 선후배 사이인 장범준과 김형태가 같은 학교 영어강사였던 브래드를 만나 결성한 밴드는 길거리 연주를 하다 재미 삼아 '슈퍼스타K'에 지원했다. 고교 시절 록 밴드 경력이 있던 브래드와 달리 김형태는 방송 당시 베이스 기타를 잡은 지 1년 6개월밖에 안 된 초심자였다.
본격적인 반전은 '슈퍼스타K 3'가 끝난 뒤 시작했다. '슈퍼스타K 3' 심사위원인 가수 이승철에게 "오만하다"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곡 작업에 몰두해 지난해 3월 자작곡만으로 앨범을 내놓았다. 봄의 낭만과 서정을 담은 곡들은 곧바로 가요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가온차트 주간 디지털종합 순위에서 톱10에 6곡을 올려놓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수 밤바다'의 인기와 여수세계박람회 여파로 여수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들의 데뷔 앨범은 지난해 총 13만장이 팔렸는데 이는 싸이 6집(10만장) 판매량보다 많은 수치이며 아이돌 가수를 제외하면 최고 기록이다.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은 가요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비주류의 음악이었다. 기획사 중심의 아이돌 그룹들과 전혀 달랐고, 홍대 앞의 인디 밴드들과도 달랐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어쿠스틱 질감의 복고풍 포크 사운드"에 주목했고,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일상의 감성을 전하는 음악이 대중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이들의 음악이 지닌 힘은 단순함과 편안함에 있다. 데뷔앨범 발매 직후 인터뷰에서도 장범준은 "쉽고 편하고 공감할 수 있는 노래, 오래도록 들을 수 있는 노래,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고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좋다"고 했다. 세 멤버는 성공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음악 차트 1위나 성공하는 것에는 관심 없어요. 재미를 위해 하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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