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글은 문제의식이 분명하고 글의 전개가 자연스럽다는 것이 장점이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에 빠지지 않고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정해 비교적 일관성 있게 주장을 전개한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자신의 주장을 근거를 들어 뒷받침하는 부분도 나쁘지 않다. 몇 가지 단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상당히 잘 쓰여진 글이다.
하지만 무상급식 논쟁이 경제적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이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것은 무상급식 논쟁을 둘러싼 논쟁의 배경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있다는 말과 같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학생의 주장을 간략히 한 마디로 정리하면 결국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각 정부 부처의 예산이라는 것은 선험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1년 예산은 342조원 규모이며 이것을 어떻게 편성할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현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무상급식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지자체에서 예산을 둘러싸고 교육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가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쪽으로 전환하게 되면 예산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학생이 논의의 초점을 지자체와 교욱청의 갈등으로 국한시키는 것은 스스로 논의의 폭을 매우 좁게 한정짓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측의 주장은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에서 부자감세로 깎아준 세금 100조원과 4대강에 들어간 30조원이면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을 수십 년 하고도 남는다"는 식이다. 수급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심리적으로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자신과 부모의 가난을 스스로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가난한 부모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학생은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다만 논술문을 쓸 때에는 상대방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것을 재반박하는 과정을 거쳐야 글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데 학생은 그런 작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측의 입장이 예산의 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학생도 같은 차원에서 반론을 펼치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찬성하는 측에서 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들의 낙인 효과를 논거로 들어 공격을 한다면 학생 역시 그에 맞는 반박을 하거나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지자체의 예산 부족 문제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측의 입장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하나의 논거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 환경 악화나 급식의 질 하락에 대한 학생의 주장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수년째 이어지는 과정에서 논의의 폭도 넓어졌고 그 내용도 다양해졌는데 학생의 글은 이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바꿔 말하면 피상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읽는 사람의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상대방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재반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글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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