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전용 130㎡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유희인(가명)씨는 최근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전셋값 9,500만원을 모두 날렸다. 2009년 계약 당시 집 주인에게 은행대출 3억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당시 집값이 4억원을 웃돌아 별 일 없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집값은 계속 떨어져 3억원 초반대까지 내려왔고, 대출이자를 감당 못해 경매로 넘어간 집은 2억4,568만원에 낙찰됐다. 대출상환액을 제하니 유씨 몫은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올해에도 전세대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매입 수요가 대기수요(전세)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건국대 부동산ㆍ도시연구원과 함께 발표한 '2012년 4분기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셋값은 오르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크게 높아졌지만, 이것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서울의 전세가율은 54%.
보고서는 "전세가율 60%를 넘으면 주택매입 수요가 늘어 전세대란이 안정될 것으로 여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셋값 상승이 반드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2002년부터 10년간 전국, 서울, 6개 광역시 단위의 주택 매매ㆍ전셋값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전국과 서울에선 시장의 기대와 반대로 매매가가 오른 지 한 달 뒤에 전셋값이 뛰었다. 김현아 KDI 전문위원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 보니 전셋값이 올라도 주택매입 수요가 떨어졌다"며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 전세난이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집값 하락과 전세대란이 지속되면서 깡통전세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깡통전세로 전락하기 직전인 주택이 전국적으로 40만호가 넘는다"고 말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전국 평균(48.5%)보다 높은 인천(54.2%)과 경기 파주(54.2%), 김포(55.1%) 등은 대표적인 위험지역으로 꼽힌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은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 전세 수요가 분산돼 전세난을 완화하는 동시에 꽁꽁 얼어붙은 주택거래 활성화에도 군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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