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근 명물 중의 하나였던 사회과학서점 '광장서적'이 부도처리돼 폐업위기에 몰렸다. 광장서적은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1978년 관악구 신림동에 문을 열어 1980년대 학생운동과 재야운동 근거지였고 이후엔 고시 서적을 판매하여 고시생들이 북적이던 곳으로 신림동 일대에서는 가장 큰 서점이다.
7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광장서적은 1억 6,000여만원 상당의 어음을 막지 못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부도처리 됐다. 현재 미도래 어음도 서적 약 6억, 문구 약 3억 등 9억 원에 달해 제3자 인수도 힘들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점 입구에는 '일시 영업 중단으로 인하여 고객 여러분에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가능한 빠른 시일에 영업을 재개하여 고객 여러분께서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내용의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셔터를 내리고 불을 끈 서점 내부에는 여성 점원 4명이 있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광장서적이 운영하는 인근 광장문구도 '공사 중'이라는 안내표지만 붙여 놓은 채 문이 굳게 닫힌 채였다.
광장서적은 이 전 대표가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동생 해만(58)씨가 서점을 맡아 운영해왔으나 학생운동이 쇠퇴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각종 고시 등 수험서 판매 위주의 종합서점으로 탈바꿈했다. 2007년부터는 커피숍과 생활용품점을 함께 운영하는 종합 문구점으로 변신했으나, 결국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인근에서 가장 크고 영업이 비교적 순조로웠던 서점에서 부도처리된 어음이 비교적 소액인 점 등을 들어 이면에 다른 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책을 납품한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회는 회원사의 피해사례 등을 접수하며 인수자가 나설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광장서적이 문을 닫으면 그간 발급해 온 쿠폰도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시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광장서적은 인터넷 서점들과의 경쟁에 대비해 책 가격의 10~15%에 달하는 쿠폰을 지급해 책이나 문구를 살 때 쓸 수 있게 했는데, 수천 원에서 수만 원 상당의 쿠폰을 가진 학생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간부 시험을 준비하는 홍상우(26)씨는 "책이 많아서 자주 이용한 서점으로, 모은 쿠폰만 7, 8만원 상당"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2011년에는 동국대 앞 '녹두'와 중앙대 앞 '청맥'이 경영난으로 폐업했고, 김문수 경기지사가 차렸던 '대학서점', 김부겸 전 의원의 '백두서점',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의 '전야' 등 서울대 인근의 주요 사회과학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현재는 '그날이오면'이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후원금과 온라인 연계로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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