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밤샘근무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창사이래 45년간 유지해온 주ㆍ야 2교대제 근무체계를 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꾸기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오는 3월 4일 ‘주간연속 2교대’ 전면 시행을 앞두고 7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일정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주간연속 2교대란 1주일은 주간, 다음 1주일은 야간에 10시간씩 일하던 기존 주ㆍ야 교대근무방식을 주간에만 일할 수 있게 바꾼 근무형태다. 주간 1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8시간, 주간 2조는 오후 3시4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9시간(1시간 연장근무) 일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밤 9시 별을 보고 출근해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밤새 일하는 야간조 근무가 사라지게 됐다.
주간연속 2교대 시행을 계기로 생산직 근로자 급여도 현행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된다.
특히 생산직원들 월급은 기존 주ㆍ야간 10시간 근무체제에서 받는 월평균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여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구현으로 노동계에선 가히 ‘혁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생산직 근로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기존 2,080시간에서 1,934시간으로 146시간 단축돼 회사로선 연간 18만7,000대의 감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 때 시간당 생산대수를 높이고 조회, 안전교육, 법정 외 휴일(식목일, 제헌절) 등 기존 비가동시간 일부를 작업시간으로 조정하는 등 생산성과 유연성을 높여 기존 생산능력을 유지키로 합의했다.
특히 사측은 병목공정 해소 및 작업 편의성 향상 등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생산량 만회를 위해 3,000억여원의 설비투자도 병행키로 했다.
하지만 새 제도 시행과 관련 노사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인원충원과 주말특근, 맨아워(생산인력 투입 조정) 문제 등 쟁점을 아직 풀지 못한 상태다. 노사는 실무협의를 통해 이들 문제를 계속 조율 중이다.
2만8,000여명의 현대차 울산공장 직원들이 밤샘근무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직장문화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회사 측은 주간연속 2교대 시행 이후 직원들이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 요일을 ‘시네마데이’로 정해 인근 문화회관에서 무료 영화를 상영하거나, 본관식당 일부를 전시장으로 꾸며 각종 예술동호회 작품을 전시하고, 문화센터에서는 외국어, 생활댄스, 노래교실, 마사지강좌 등 40여 가지의 공개강좌를 실시하는 등 갑자기 늘어난 직원들의 남는 시간을 뜻있게 보낼 수 있게 머리를 짜내고 있다.
울산시도 현대차의 새 제도 연착륙을 위해 행정지원에 나섰다. 시는 지난해 기아자동차가 먼저 실시한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 때 직원을 출장 보내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조사했으며, 최근 명촌교 남단~청구아파트 회전구간 보행로 폭 확장 등 현대차의 건의사항을 즉각 조치하기도 했다.
주간연속 2교대 시행 첫날인 7일 현대차 울산2공장 근로자 최모씨는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좋다”며 “운동이나 취미활동, 자격증 획득 등 평소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백승권 현대차 울산홍보팀장은 “시범 실시 이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주간연속 2교대제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