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으로 사실상 신임 검찰총장 인선 절차가 시작되자 법조계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일정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하필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 주도로 검찰총장후보자 추천위가 열린다는 점에서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법무부는 '지금부터 절차를 진행해도 새 정부 출범까지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식 출범은 2월 25일로, 국회 인사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한다면 늦어도 2월초까지는 신임 총장 후보자가 지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청법 개정에 따라 이번에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다른 장관 후보자와 달리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한 추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절차를 더 서둘러야 하는 측면이 있다. 이와 함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현재의 조직 불안정성을 조기에 해소할 필요도 있다.
박근혜 당선인도 후보 시절 "검찰총장후보 추천위가 추천한 인물로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새 정부의 법무장관 주도로 후보 추천위를 구성한다는 전제 하에 한 말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검찰총장 인선은 법무장관 인선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봤던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후보 추천위 구성 시점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이 때문에 검찰총장 인선 절차가 시작된 것은 박근혜 당선인 측과의 사전 협의나 용인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이명박 정부의 법무장관이 위촉한 후보 추천위원들이 새 정부 검찰총장 후보를 뽑도록 놔뒀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하다. 현재의 총장 대행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예상이었고, 굳이 전 정부 장관의 손을 빌어서까지 총장 인선 절차를 서두를 절박한 요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은 장관급 자리이긴 하지만, 국무회의 참석 멤버는 아니기 때문에 조각 때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 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인사였고, 그 중심에는 검찰 인사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 않았냐"며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은 권재진 장관이 검찰의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하는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절차에 간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정권 말기의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대비해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히 이미 지난 주 후보 추천위 위원들에게 임명 통보가 갔음에도 비공식적으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이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검찰총장 후보 추천 절차에 제동을 걸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 대한 사정 바람이 일었던 것을 생각할 때 정권 막판에 자기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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