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를 비(非) 정치인 중심의 실무형으로 구성하면서 이른바 친박계 실세들은 당분간 빈손으로 지내게 됐다. 이들 중 대부분은 6일 "푹 쉬려고 한다"고만 말할 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들의 속내는 1월 말부터 시작될 조각 인사와 여당 내 권력 재편을 지켜보며 박 당선인의 선택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친박계 핵심 실세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이제 3선 국회의원의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직후 "인수위 인선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내내 두문불출했다. 그는 당에 남아 원내대표 등을 맡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할 가능성도 있다. 대선 때 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전 의원은 "쉬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비서실장과 국정원장 등의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도 일단 당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박 당선인의 인사 실무를 맡아 온 '그림자 실세'인 최외출 영남대 교수는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 여권 관계자는 "최 교수가 경북 김천 출신이어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지만, 박 당선인이 가까이 두고 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전 의원은 4월 재보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큰 부산·경남 지역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원내에 재입성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일본에 체류 중인 그는 "마음을 비우고 쉬겠다"고만 말했다.
김종인 전 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관계가 껄끄러워졌으나 경제민주화와 호남 출신 상징성을 감안해 총리 또는 정부 내 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손을 젓고 있지만, 감사원장과 법무부 장관 후보 등으로 거명되고 있다. 그는 내주 중 미국으로 장기 여행을 떠난다. 이혜훈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은 각각 경제와 외교안보 전문성을 갖춘 만큼 입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학재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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