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의 강력한 공세로 인해 수세에 몰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군과의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며 항전 의지를 확인했다. 알 아사드는 외세가 시리아 사태에서 손을 떼면 선거를 치르겠다며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그의 제안이 국제사회 및 반군 측 요구와 상당한 거리가 있어 실제 협상테이블에 반영될 지는 불투명하다.
알 아사드는 6일 수도 다마스쿠스 예술문화회관에서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최근 시리아 내전 상황과 관련한 공개연설을 했다. 그의 공개 연설은 지난해 6월 의회 연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객석을 메운 그의 지지자들은 연설 중간에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보내며 "우리의 피와 영혼으로 알 아사드 당신을 지키겠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TV를 통해 생중계된 이 연설에서 알 아사드는 반군 세력을 "서방의 꼭두각시이자 신에 대항하는 적"으로 규정하며 "시리아는 노예(반군)가 아니라 주인(외세)과 협상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반군과의 협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일축한 발언이다.
알 아사드는 또 "테러리스트(반군)들은 자신의 행동을 혁명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범죄자에 불과하다"며 반군 측의 지위와 역할을 폄하했다. 그러면서 이번 내전을 "정부와 반정부군의 충돌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의 적 사이의 대결"이라 주장했다. 그는 시종일관 공격적 어투로 반군을 비난했고 "테러리스트가 국민들에게서 먹을 것을 약탈해 가고 학생들을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게 할뿐더러 전기와 의료지원마저 중단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어 "모든 시리아인들은 나라를 지키는데 동참해야 한다"며 반군과의 투쟁에 나설 것을 역설했다.
연설 전반부에서 반군에 맹비난을 퍼부은 알 아사드는 연설 후반에 가서 4개항의 단계적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는 ▦외국세력이 테러리스트(반군)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하면 ▦시리아 정부가 이에 대응해 군사작전을 중지하고 ▦뒤이어 개인과 정당이 참여하는 대화 협의체를 구성한 뒤 ▦헌법을 제정해 새로운 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를 치르면 될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알 아사드의 제안은 22개월 간의 내전을 통해 엄연히 시리아 상당수 지역의 통제권을 확보한 반군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북부지역을 장악한 반군은 최근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으로까지 진군해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알 아사드는 이날 연설에서 퇴진이나 하야 등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서방은 물론 터키 등 일부 주변국까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알 아사드의 퇴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날 연설 직후 반군 측은 "알 아사드의 하야 없는 그 어떤 방안도 불가능하다"며 알 아사드의 제안을 비판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알 아사드를 "위선자"라 평가하며 "개혁을 하겠다는 헛된 약속에 속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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