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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시아 중심 전략'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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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시아 중심 전략'의 허실

입력
2013.01.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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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아시아 중심(회귀) 전략이 올해로 3년째다. 이 전략은 아시아에게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선택하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미국에게는 아시아를 중시하는 의지만 있지 그 의지를 지켜낼 돈은 없다. 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아로 돌아오겠다"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미국 말만 믿고 중국에 밉보였다가 후환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 낭패까지는 아니라도 돈 없는 미국을 믿어도 되느냐는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국방예산 삭감 첫해인 2013년 한국에서 벌써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6월 이상희 한국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근무기간을 1년에서 가족동반 3년으로 연장하는 주둔안정화(복무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이후 복무정상화는 현 정부에서 강화된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이 사업은 한미동맹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은 당초 2020년까지 주한미군의 50%인 1만4,000여명이 가족을 데리고 한국에서 근무하도록 평택 이전기지에 주거시설과 편의시설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정했다. 평택 기지 주변이 미군 및 그 가족 7만~8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로 조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워싱턴에서 이 약속이 지켜질 걸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의회 쪽은 사업 취소, 정부 쪽은 사업 축소 의견이 강해 보인다.

이상신호는 2011년 중반부터 잡히기 시작했다. 의회가 비용 문제를 들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자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비용을 감안해 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 그 해 가을에 열린 2011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는 방위공약 단골 메뉴였던 복무정상화 조항이 사라졌다. 2012년 의회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졌다. 앞서 의회에는 이 사업 추가 비용을 2020년까지 50억달러로 산정한 회계감사원(GAO) 보고서가 올라왔다. 상원 세출위원회는 복무정상화로 인한 평택기지 건설 계획의 수정이 기지 효율성에 타격을 주고 건설비 증액을 초래한다며 예산 배정을 거부했다. 하원 세출위원회는 아예 학교, 주거시설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이 사업을 미국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부담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한국 몫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원과 하원의 목소리가 담긴 201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은 예산배정 금지카드를 꺼냈다. 이 법은 201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의 금지조항을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지난해에도 예산배정을 하지 않은 사실을 공개했다. 복무정상화 관련 예산이 2년째 단 1달러도 배정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 국방비가 향후 10년에 걸쳐 삭감되는 점을 감안하면 의회의 입장이 앞으로 더 악화하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민주당 소속인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은 미국은 이 사업에 예산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에 손을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해법이 보이지 않지만 한국도 추가부담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한국은 이미 미군 가족이 살 임대주택까지 한국 부담으로 짓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로선 주한미군의 안정된 주둔이 이뤄지지 않으면 장차 미국 의회에서 철군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게 부담이자 모순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심 전략이 동맹국의 부담을 더 키우는 이율배반적인 사례는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펜타곤이 이를 사전에 파악하는데 실패한 것도 그런 예다. 펜타곤에 대북 정보를 판단할 인적 요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낸 축하 전문에서 한미동맹을 린치핀(linchpin)에 비유했다.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인 린치핀도 결국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흔들리게 된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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