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보수적 총선 공약으로 한국의 우려를 자극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화해 손짓이 잇따르고 있다. 그는 4일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간사장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특사로 파견해 조속한 방일을 요청했다. 같은 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는 동시에 21세기에 어울리는 미래지향적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며 '고노 담화'에 대해서도 "정치ㆍ외교 문제로 삼을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의 언급은 앞서 아베 총리가 밝힌 '역대 일본정부 담화 수정'이나 '고노 담화 폐기'의 연장으로 보는 일부 해석도 있다. 그러나 '담화 수정' 공약은 미래지향적 대외 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을 덧붙이는 선에 그치는 대신 군대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고노 담화'를 포함한 역대 일본 정부의 과거사 사죄ㆍ반성 담화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일본 보수 정치인들이 으레 집권 전의 강경보수 공약을 집권 후에는 크게 후퇴시키거나 완화해 왔듯, 아베 총리도 대외 관계의 안정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이런 일본의 화해 손짓에 대한 박 당선인의 대응은 적절했다. 방일 초청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겠다"고 긍정적이면서도 그리 따뜻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역사의 직시'를 강조하고,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주문으로 독도나 군대위안부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도 일본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요구를 명백히 했다. 아울러 황우여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회장 일행의 방일로 정치적 화해의 통로를 열어둔 것도 바람직하다.
내달에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많은 국내 과제에 덧붙여 크게 손상된 대일 관계의 회복 등 대외 과제도 숱하다. 날로 복잡해지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 일본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의 확인이 불가결하다. 대일 관계의 회복이 그 첫 단추일 수 있지만, 관계 손상의 원인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박 당선인이 상대의 화해 손길을 뿌리치지는 않되, 할말을 다하는 성숙한 자세를 앞으로도 견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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