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장미꽃들이 방판에 가득 피었다. 크기가 다른 형형색색의 인형들도 장미꽃과 어우러졌다. 아이스링크를 가득 메운 4,000여명의 관중은 7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 '피겨 여왕'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역시 김연아(23ㆍ고려대)였다. 완벽한 점프와 스핀, 표정 연기까지 흠 잡을 곳이 없었다. 김연아는 6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끝난 제67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시니어 여자 싱글에서 종합 210.77점으로 우승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4.97점을 받아 선두로 나선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0.79점과 예술점수(PCS) 75.01점으로 합계 145.80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한 차례 넘어지는 등 아찔한 모습을 보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완벽한 모습을 선보였다. 쇼트와 프리 합계 210.77점은 밴쿠버 동계올림픽때 세운 세계신기록(쇼트 78.50점 + 프리 150.06점=228.56점)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특히 국내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 200점을 넘긴 선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연아는 시종일관 여유 있게 스케이트를 타며 만원 관중에 화답했다.
이날 우승으로 김연아는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여자 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3월 캐나다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 이탈리아의 캐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등 전세계 피겨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그 동안 안정된 연기를 위해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을 포기했던 아사다는 김연아의 복귀를 의식해 "다시 트리플 악셀을 뛰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하지만 종합선수권을 계기로 김연아의 우승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작은 실수만 없다면 점프와 스핀 등 프로그램 구성상 김연아의 점수가 라이벌들에 앞선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여기에 김연아의 표정과 몸 동작 등 예술적인 표현력은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다.
주위에서 제기한 몇 가지 우려도 한꺼번에 날렸다. 우선 처음으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을 실수 없이 마쳤다. 레미제라블은 쇼트 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와 함께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연기한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의 퍼펙트 연기는 피겨 여왕에게 큰 자신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체력 문제와 스핀, 스텝 문제도 더는 발견되지 않았다. 당초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바로 이 두 가지였다. 김연아는 지난달 NRW 트로피 대회에서 마지막 과제인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수행하다 넘어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오랜만에 복귀하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 실수를 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현란한 발 동작과 손 동작으로 완벽하게 과제를 수행하며 레벨 4를 받아냈다. 김연아는 또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플립, 트리플 살코 등 점프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200점대를 돌파했다.
김연아는 경기 후 "어느 선수나 실전에서 정신적인 부분, 육체적인 컨디션 때문에 준비한 것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런 선수"라면서도 "하지만 내가 준비하는 걸 다 해낸다면 세계선수권 우승은 무리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NRW 트로피 대회 출전이 좋은 경험이 됐다. 당시 발견한 문제점들을 오늘은 실수 없이 마쳐서 기분이 좋았다"며 "세계선수권에서는 더욱 깨끗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번이 국내 마지막 무대일 것 같은데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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