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에 가면 종종 임검석에 앉아 영화를 본다. 임검석이란 일제시대에 현장검열을 나온 순사들을 위해 마련된 좌석이다. 내가 알기로, 임검석이 남아있는 복층구조의 커다란 단관극장은 이제 전국에서 광주극장 단 한 군데뿐이다. 관람석 맨 뒤 칸막이로 구분된 이 자리에 앉으면 무엇보다도 이상한 역사 속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든다.
다만 지금은 워낙 추운 탓에 임검석을 이용할 수 없다. 손님이 적으니 공간 전체에 난방을 가동하는 건 언감생심. 화장실은 동파 상태고 히터는 2층에서 달랑 두 대가 돌아간다. 매표소 옆에 준비된 무릎담요를 덮고 2층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얀 입김을 뿜으며 영화를 봐야 한다.
그러나 이 불편들을 기꺼이 무릅써도 좋을 만큼 광주극장에는 광주극장만의 고유한 숨결이 있다. 멀티플렉스가 외면하는 작은 영화들을 알차게 모아 상영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건물 정면에는 지금도 일 년에 한두 번쯤 '마지막 간판쟁이' 박태규 화백이 그린 영화간판이 새로 걸린다. 1층 로비에서는 작은 전시회들이 이어지고, 2층 로비에는 구식 영사기를 비롯해 '영자의 전성시대'같은 옛날 영화의 흔적들이 상설전시 중이다.
영화관에 간다는 건 단순히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는 것, 영화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을 함께 호흡할 때 진정한 영화적 체험이 완성된다는 것을 나는 광주극장에서 느낀다. 이 느낌을 주는 곳이 남아있다는 행운. 부디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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