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활력과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애써 창출한 국부(國富)가 비생산적 분야로 쏠리면서 최근 10년 동안 단위 자산당 부가가치 생산액이 18%나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노동생산성(2012년 3분기 기준) 하락 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18.2%에 달했던 국가자산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2011년에는 14.8%로 하락했으며, 2012년에도 추가 하락이 확실시된다. 한국 경제가 2001년(국가자산 3,576조원ㆍGDP 357조6,000억원)에는 국가자산 1조원을 활용해 1,820억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었다면, 2011년(국가자산 8,318조원ㆍ GDP 1,237조원)에는 330억원이나 줄어든 1,487억원만 생산해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국부 효율성 급감은 생산부문 대신 비(非)생산적 자산에 대한 '질 나쁜'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2001년 전체 국가자산 중 비생산자산(토지 등) 비율은 41.9%에 머물렀으나, 각종 투기로 지가 상승이 거듭되면서 2011년에는 비생산자산 비율이 46.2%까지 상승했다. 반면 기계ㆍ운송장비ㆍ공장설비 등 핵심 생산자산의 비율은 47.1%에서 43.8%로 하락했다.
한국 경제의 효율성 하락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OECD가 이날 내놓은 주요 22개 회원국의 노동생산성 자료에 따르면 2012년 3분기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전분기 대비 0.4% 떨어져 OECD 회원국 중 하락 폭이 두 번째였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한 명이 일정기간 산출하는 부가가치를 나타내는데, 이번 자료에서 노동생산성(회원국 평균 0.2% 상승)이 하락한 국가는 노르웨이(-1.3%)와 한국 외에 체코ㆍ포르투갈(각 -0.4%), 핀란드(-0.2%), 이탈리아(-0.1%) 등 6개국뿐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뒷걸음질 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으로 GDP 증가율은 제자리인데, 취업자 총량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2011년 이후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상당 폭의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이 때 밀려난 40, 50대 계층 가운데 많은 사람이 창업에 나서면서 실업자 규모는 늘어나지 않았다. 한국생산성본부 유금순 선임연구위원은 "진ㆍ출입이 쉬운 요식업, 숙박업 등 서비스업에 노동력이 계속 투입되다 보니, 전반적인 노동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생산 현장의 일감 나누기 움직임도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한 사람 일을 여러 사람이 나누는 '일자리 나누기'와 '잔업 덜하기'문화가 확산했다"며 "고용 규모는 유지됐지만, 1인당 상품 산출이 줄어든 만큼 생산성은 빠르게 떨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밭대 경영학과 이준우 교수는 "한국 경제의 활력과 효율을 높이려면 성장잠재력과 고용 창출력이 큰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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