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뜨거웠던 대선의 열기가 기록적인 한파에 밀리면서 온 세상이 얼어붙고 있지만, 이 한파가 대선으로 어수선해진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같다. 이번 대선은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의미가 있었다. 경제 이슈로 한정할 때, 소득의 양극화로부터 경제민주화, 복지와 성장 그리고 가계부채 문제에 이르기까지 향후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들을 공공연히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승자는 다양한 견해에 접할 수 있었고 패자 역시 자신의 견해에 대해 피드백을 받은 셈이다. 이제 시간 여유를 갖고 문제를 재점검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인데, 이들의 배경에 금융의 문제가 있다.
소득의 양극화는 저소득층의 금융서비스 가용성 제약과 연관된다. 그래서 가용성 제약의 완화가 필요한데, 자금지원의 확대는 물론 자영업자의 건전한 영업활동 및 소기업의 체계적 재무활동 지원을 위한 컨설팅도 일종의 금융서비스다. 경제민주화 관련해서는, 대기업은 탈중개화로 인해 금산분리가 주요 과제일 것이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지원체계 구축이 주요 과제일 것이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ㆍ육성을 위해 자금을 포함하여 다양한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로 평가된다. 한편 복지는 금융의 외연을 넓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이제껏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었던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내수 기반을 확충하여 새로운 성장 원천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 쏠림현상이 초래한 금융 본연의 문제이다. 개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주택을 담보로 안전자산에 대출했다고 할 것이나, 대출의 쏠림현상이 시스템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한 데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렇듯 대선 정국의 이슈들을 한 꺼풀 들춰보면 그 안에 금융의 문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금융을 잘 이끌어가는 것이 해결방안 모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를 위해 새해 금융정책의 바람직한 추진방향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규제완화와 감독의 강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금융의 자율성 확대가 과다한 위험부담을 초래했으므로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여 규제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 대신 규제완화에 따른 위험 추구가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감독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둘째, 정부와 민간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금융규제의 틀을 짜고 감독기제를 만드는 데까지로 제한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시장과 경합하는 것은 피해야 마땅한데, 시장마찰을 부르거나 민간의 경쟁력 저해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금융그룹은 조기 매각을 서두르고, 산은 민영화는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순리이다.
셋째, 자본시장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지금 자본시장 확충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향후 자본시장은 오늘의 문제들을 극복ㆍ발전하여 혁신기업의 지원 등에서 은행 등을 보완하는 역할 수행이 기대된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서둘러야 한다.
넷째, 정책금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 중소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금융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민간 금융기관들 및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책기관들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중요해 보인다. 아울러 서민금융의 통합체계 구축을 통한 실효성 제고 노력도 필요하며 일부 정책금융체계와의 통합 운영도 고려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계부채 문제는 결자해지가 원칙이다. 금융기관들이 저지른 것이므로 자신들이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미리부터 정부가 나서 구제책을 제시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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