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독신 대통령에 대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장단점이 병존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우리나라 역사상 첫 독신 대통령으로 취임한다고 해서 국정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역대 대통령의 활동상을 돌아보면 독신 대통령으로서의 장단점을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형제나 자식, 처가 식구 등 친인척 비리로 곤란을 겪었다"며 "하지만 박 당선인은 배우자가 없는 데다 형제도 정치권과는 거리가 있어 이런 문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즉 대통령 친인척들이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로비 창구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재산을 물려줄 직계 가족이 없는 만큼 박 당선인이 사익에 연연할 이유가 없고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를 다루는 청와대 민정라인의 관리 대상이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통령 가족이란 관리 대상이면서도 대통령에게 스스럼 없이 직언할 수 있는 일종의 최측근 참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에게는 고언(苦言)을 할 가족이 적다는 것이 일종의 실(失)이라는 이야기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배우자는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충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박 당선인 주변에는 명령에만 충실한 보좌관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또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때 영부인은 사회의 어두운 곳을 찾아 소외 계층을 돌보며 대통령 이미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국무총리 부인이 그런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만큼 총리 인선 때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 교수는 그러면서 "박 당선인은 아버지의 후광 외에 10여년 동안 자신의 정치력을 평가 받아서 선출됐기 때문에 해외 사례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보다 친인척 비리 근절과 민생을 강조하는 생활정치 구현, 여성 인재 등용 등만 제대로 실천해도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진 경기대 교수도 "대통령이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영부인은 조언과 격려를 통해 심리적으로 든든한 참모가 될 수 있다"며 "때문에 독신인 박 당선인은 취임 이후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심리적 하중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빈 방문과 해외 순방 시 영부인의 내조 외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소소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최 교수는 "대부분의 의전 행사가 부부 동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양새가 다소 어색할 수 있겠지만 박 당선인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경험이 있는 만큼 잘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부인간 교류는 친교의 의미는 있지만 국가간 이익을 추구하는 외교 전선에선 큰 역할을 하진 못한다"고 진단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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