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부자 증세를 피해 프랑스 국적 포기를 선언한 배우 제라드 드파르디외(64)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드파르디외는 3일 러시아 국영방송 제1채널에서 공개된 서한을 통해 러시아 국적 신청 사실을 확인하고 "신청이 받아들여져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ㆍ역사ㆍ작가를 사랑하며 러시아 문화와 지성도 숭배한다"며 "한때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가 소련 시절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을 들었으며 이 또한 내 문화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드파르디외는 러시아에 이주할 뜻도 비치며 "거주지로 모스크바보다 시골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였던 드파르디외는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에게도 전날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며 "올랑드는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로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이 부자 증세를 피해 벨기에에 주택을 구입한 데 대해 장 마르크 애로 프랑스 총리가 "애처롭다"고 말한 것을 꼬집어 "러시아는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로, 총리가 국민에게 애처롭다고 말하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푸틴은 이날 드파르디외에게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크렘린궁은 "드파르디외가 러시아 문화와 영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중국적을 허용하기 때문에 드파르디외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고 해서 당장 프랑스 국적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드파르디외는 프랑스 정부가 연소득 100만유로(약 14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최고 7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반발해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 하지만 벨기에 정부는 조세 회피를 위한 망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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