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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상황에 적절치 않은 헌재소장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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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상황에 적절치 않은 헌재소장 지명

입력
2013.01.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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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4명이 대거 교체된 데 이어,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이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5기 헌재의 구성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즈음해 새로운 헌법재판소 체제도 발족하게 된 셈이다. 이 후보자는 최종 임명될 경우 헌재 25년 사상 첫 내부 재판관 출신 수장이 된다. 법원과의 갈등 속에서 독립성 강화를 모색해온 헌재 조직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인선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헌재는 대법원과 함께 헌법 수호를 통해 법치를 세우고, 당대의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이다. 헌재소장이 단순히 헌법기관장이나 헌재 재판관 9명 중 1인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꿰뚫는 이성과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까지도 제시하는 혜안을 갖추어야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헌재 재판관 구성은 이념과 출신 등에서 시대와 각계를 폭 넓게 반영하는 다양성을 갖춰야 하고, 헌재소장은 이런 다양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줄 아는 균형감과 공정성이 가장 큰 덕목이 돼야 한다.

아쉽게도 이 후보자의 지명은 이런 점에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출신에서 핵심 주류인데다, 무엇보다도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인 때문이다. 비록 간통제 등 개인자유의 신장 부분에서는 다소 전향적 판결을 내린 경우가 적지 않더라도, 여러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서는 번번이 다수의견과도 다른 보수일변도 소수의견을 고집함으로써 'TK 강경보수'나 '극우'라는 달갑지 않은 평판을 받아왔다. 더욱이 현재 헌재 재판관 구성이 지나치게 주류 법관 출신, 보수성향 일변도인 상황에서 가장 이념적으로 경직된 인물을 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신중치 못한 인선이다.

대통령의 이 후보자의 지명이 박근혜 당선인 측과 조율을 거쳐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시대교체'를 표방한 차기 정부의 가치를 구현하려면 최종적인 법적 판단도 시대정신의 흐름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유연해져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이 후보자의 헌재소장 지명에 더더욱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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