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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오형, 한국사격 간판 넘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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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오형, 한국사격 간판 넘기시죠"

입력
2013.01.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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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 이대명(25ㆍKB국민은행)에게 2012년은 악몽 같은 한 해였다. 대표팀 선배이자 라이벌인 진종오(34ㆍKT)와 함께 2012 런던올림픽에서 메달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진종오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거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총을 다잡았다. 지난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진종오를 꺾고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존심을 회복한 그를 논산훈련소 입소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 만났다. 이대명은 "더 높은 비상을 위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1때 시작한 사격, 엘리트 코스 밟은 노력파 사수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이대명은 신곡중 1학년 때 담당 체육교사의 권유로 처음 총을 잡게 됐다. 이후 그는 2006년 전국사격대회 남고부 공기권총 1위, 2006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주니어부 개인전 공기권총 10m 2위 등 각종 국내 대회 및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대명의 사격 인생은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타고난 노력형인 이대명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 결선 진출 실패의 아픔도 있었지만 그는 2009년 국제사격연맹(ISSF) 뮌헨 월드컵사격대회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재도약 했다. 이후 그는 2010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50m 권총 단체전 금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 등을 휩쓸었다.

이대명은 "사격을 시작한 이후 일주일 넘게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손상원 KB국민은행 사격단 감독은 이대명에 대해 "보통 사격 선수들 중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선수와 노력파로 나뉘는 데 대명이는 정말 노력형 선수다. 모든 부족한 부분을 많은 연습량으로 커버하기 때문에 기복이 없다"고 칭찬했다.

좋은 선배이자 넘어야 할 벽인 진종오

보통 이대명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름이 있다. 한국 사격의 간판이자 올림픽금메달리스트 진종오다. 한국 사격 최초로 10m 공기권총 부문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진종오는 런던올림픽 50m 권총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을 차지한 월드스타다.

이대명은 진종오에 대해 "옆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선배지만 뛰어 넘고 싶은 선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을 굳이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지만 훈련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대명은 사격할 때를 빼놓고는 활동적인 것을 즐긴다. 진종오의 경우 사격이나 독서 등 사격 외적인 시간에서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하루 종일 사로에 서서 총만 쏘는 것은 지루하다. 그래서 쉴 때는 사격은 생각하지 않고 축구를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레포츠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자기 최면을 건다'고 했다. "멘탈 스포츠인 사격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난 최고다'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되뇌인다. 조금이라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바로 흐트러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나 봐요"

이대명은 지난해를 되돌아 보며 "3재(災)를 겪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달려왔던 그는 미처 본선 무대에 나가지도 못하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대명은 "베이징 올림픽 때도 그렇고 지난해도 그렇고 참 올림픽과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올림픽을 목표로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막상 대회에 나가지도 못했을 때는 크게 낙담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시련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면서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이대명은 지난 12월 경기도청에서 KB국민은행으로 소속팀을 옮겼다. 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사격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한 달 동안 긴 휴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사격을 해오면서 길게 쉬어본 적이 처음이라 어색하다. 그러나 그 동안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의 휴식이 내게는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명은 "계사년에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새해 각오를 밝혔다. 그는 "사격 규정이 많이 바뀌어서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충분한 휴식을 통해 치유한 뒤 아시안게임과 더 나아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해 다시 달려가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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