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 출범 후 중국의 언론 통제가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 성향 매체의 기자들이 기사가 수정된 것에 항의했다.
광저우(廣州)시의 유력 매체인 남방일보(南方日報)의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 소속 기자들은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徽博)에 "광둥성 선전부가 신문 출판 규정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며 언론 검열을 비판하는 공개 성명을 냈다.
사건은 광둥성 선전부가 개입해 이 주간지가 준비한 신년 특집 기사의 제목을 임의로 바꾸고 내용을 대폭 수정한 데서 비롯됐다. 남방주말은 당초 '중국의 꿈, 헌정(憲政)의 꿈'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준비했으나 광둥성 선전부가 개입하면서 글을 다섯 차례 이상 수정하고 제목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꿈을 실현하는 데 가까이 와있다'로 바꾸었다. 시 총서기는 지난해 11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의 꿈을 실현하는 데 가까이 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사에서 "헌법에 따른 정치를 실현하고 권력을 분산해야 시민들이 정부를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고 사람마다 자유롭게 생활, 강대한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한 대목도 대폭 수정됐다. 당국의 미숙한 대처로 논란이 됐던 지난해 7월 베이징(北京) 폭우 피해자 축소ㆍ은폐 관련 내용과 새 지도부의 앞길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등의 표현도 삭제됐다.
남방주말은 성명에서 광둥성 선전부가 반일시위와 관련, 이성적으로 애국하자는 내용의 보도도 통째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중대 사건"이라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네티즌들은 이 성명에 잇따라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남방주말 기자들의 웨이보 계정은 차단된 상태다. 한 전직 기자는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언론 통제가 심하다고 해도 신년 특집 기사를 수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개방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새 지도부가 출범했는데도 언론 통제가 더 심해지는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실제로 최근 크리스 버클리 뉴욕타임스(NYT) 베이징특파원의 비자 연장도 거부했다. NYT는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일가가 27억달러(약 2조8,700억원)의 자산을 축적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후 중국에선 NYT 사이트를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중국은 최근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회원 가입 신청을 받을 때 고객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터넷 실명제도 전격 도입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영향력 있는 블로거와 인권운동가, 만평가 등이 등록한 웨이보 계좌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개인 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네티즌들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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