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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통치자들의 최후 피난처 러 휴양지 바르비카… 알아사드에게도 門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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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통치자들의 최후 피난처 러 휴양지 바르비카… 알아사드에게도 門 열릴까

입력
2013.01.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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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에서 반정부 시위가 달아오른 2005년 3월 15년간 독재정권을 유지해온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4일 마침내 시위대가 대통령궁 앞까지 진출해 차를 불태우며 그의 퇴진을 촉구했다. 보좌관이 아카예프에게 말했다. "이제 때가 됐습니다." 며칠 후 아카예프는 러시아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고국에서 쫓겨난 아카예프가 가족과 함께 둥지를 튼 곳은 모스크바 근교 바르비카에 있는 러시아 정부 소유 휴양단지였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반정부군의 지치지 않는 공세로 위기에 처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결국 이곳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서방의 끊임없는 설득과 압박에도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러시아가 아카예프에게 그랬던 것처럼 알아사드에게 최후의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르비카에 머물고 있는 망명객은 아카예프뿐이 아니다. '발칸의 도살자'로 악명 높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가족도 이곳에 살고 있다. 2000년 10월 민중봉기로 축출된 밀로셰비치는 이듬해 체포돼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서 학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던 중 2006년 3월 옥사했다. 하지만 밀로셰비치의 형, 부인, 아들 등 가족은 러시아로부터 망명 허가를 받아 바르비카에 정착했다. 밀로셰비치의 형 보리슬라프는 "유고 관련 뉴스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지내기가 수월해졌다"며 "세르비아에서 방문객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NYT에 말했다. 밀로셰비치의 부인 미라야나 마르코비치는 밀로셰비치의 생전 인터뷰 등을 모으며 소일하고 있고 아들 마르코는 러시아 여성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

쫓겨난 해외 지도자를 환대하는 러시아의 전통은 2004년 다시 확인됐다. 아슬란 아바쉬제 아자리야자치공화국 지도자가 조지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진하자 그 해 5월 조지아군이 아자리야의 수도 바투미로 진격했다. 러시아는 비행기를 보내 아바쉬제의 탈출을 도왔고 바르비카에 거처를 마련해줬다.

러시아 신흥 부호들이 주로 거주하는 조용한 주거지인 바르비카는 망명객들이 여생을 보내기에 알맞은 곳이다. 침엽수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 담장을 두르고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저택들이 자리잡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구찌, 돌체앤가바나, 랄프로랜 등 해외 고가 브랜드 매장들도 있다. 고급 승용차 벤틀리의 바르비카 매장 직원은 "아카예프의 아들이 여기서 차를 사갔다"며 "그들은 도착할 때부터 돈이 많았다"고 말했다. NYT는 알아사드 가족이 바르비카로 갈 경우 치장에 관심이 많은 알아사드의 부인 아스마가 이들 매장을 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알아사드가 바르비카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마크 카츠 미국 조지메이슨대 정치학 교수는 "적절한 때에 해외 지도자들을 도피시킨 경험을 갖고 있는 러시아가 알아사드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오랫동안 열려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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