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스페이스든 가상공간이든 SNS에서든 어디서든 분란은 끊이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 발단이 되어 인연을 끊고 서로를 차단한다. 어디가 됐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다툼과 불화가 없을 순 없다. 날 몰라주면 서운하고 알아주면 기쁘다. 나랑 친한 사람이 푸대접을 받으면 화가 나고 미운 사람이 잘 나가도 화가 난다.
그렇다고 아예 눈 가리고 귀를 가릴 수도 없다. 사람 없는 북극이나 남극에 가서 살 수도 없다. 그게 인간의 실존적 조건이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떨까. 나에게 말을 거칠게 하는 사람은, 그만큼 고통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말을 험하게 하는 사람은, 그만큼 두려움과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언제나 싸움을 걸고 이기려는 사람은, 오직 그것 말고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자여서 오히려 삶이 빈곤한 것이라고.
혹여나 그가 이겨서 무언가를 가져가도 그의 삶은 결코 풍요로운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는 이겨도 이긴 게 아니고 나는 져도 진 게 아닌 것이다. 풍요란, 나를 넓혀서 삶을 깊이 느끼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경쟁하지 말고 홀로 그윽해지자, 그래서 풍요롭자.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서 널리 나누고 사랑하자.
신이 있어, 내 삶에 분란을 주는 것은 화해와 용서라는 풍요로움을 보다 빨리 깨치라는 뜻이다. 혹여나 나를 헐뜯고 모함하는 자를 만난다면 그가 곧 나를 위해 온 신의 대리자라고 생각하자.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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