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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무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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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무덤덤

입력
2013.01.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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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을 반대해 7년간 옥살이를 했던 시인 김지하(72)씨가 결연한 표정으로 4일 재심 법정에 들어섰다. 1970년 사상계에 당시 정치인과 재벌 등을 비판한 시 ‘오적’을 발표(반공법 위반)하고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국가보안법 위반 등)한 혐의로 1974년 사형이 선고된 뒤로 꼭 39년 만의 일이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원범)의 표정도 엄숙했다. 재판부는 우선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 국가보안법상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 당시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언 등을 볼 때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씨가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반국가단체를 구성할 것을 선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원범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절차가 인권보장과 법치주의 수호라는 사법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다수의 지식인들에게 감내할 수 없는 희생이 강요됐다. 현재 같은 사법작용에 관여하는 재판부로서 진실로 사죄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는 오적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일부 부패한 권력층과 이를 적발해야 할 사정기관의 비리 등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영역 안에서 문학작품 형식으로 풍자한 것이지만, 양형에 관해서만 다시 심리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선택할 수 있는 최하한선인 선고유예형을 결정했다. 재심사유(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를 인정할만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죄를 받은 김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김씨는 소회를 묻는 질문에 “아무 생각 없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며 무표정하게 답했다. 오히려 그는 재심을 신청한 이유를 “보상금 때문”이라고 명쾌히 밝히면서, “국가는 나에게 5,000억원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비판은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튀기도 했다. 김씨는 “오적 사건 때문에 풍자시를 못 써 내가 벌지 못한 돈이 얼마인데…”라면서 “(내가 풍자시를 못 쓰니) 나꼼수같은 엉터리 풍자가 판친다. 내가 하면 그렇게는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에 탄압받다 39년 만에 무죄를 받았지만 현재 김씨는 그의 딸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것에 대해 “내가 받을 것 같나? 난 돈이 중요하다”며 풍자 혹은 진심만 남긴 채 법원청사를 떠났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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