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29)씨가 진보성향 네티즌들이 활동하는 '오늘의 유머' 웹사이트에서 명의를 알 수 없는 16개의 아이디로 대선 관련 94개의 게시물에 추천·반대 의견 표시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씨가 지난 8월 말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아이디 16개를 이용해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269개 게시물에 추천이나 반대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냈고 이 중 대선 관련 게시물 94개에 대해 총 99번 의견 표현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사이트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안철수ㆍ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하는 글이 대다수를 이룰 만큼 진보성향을 띤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선 다음날인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 간 김씨의 노트북에서 나온 아이디와 닉네임 각 20개씩을 일일이 구글 검색을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같은 달 22일 이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결과 16개 아이디는 모두 포털사이트인 야후코리아 이메일 계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포털 사이트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16개의 아이디가 김씨 명의인지 아닌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김씨가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16개의 아이디를 모두 쓴 것인지, 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김씨의 노트북을 공유해 쓴 것인지 여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김씨를 4일 소환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만으로도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를 놓고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최근 이 사이트의 운영자를 한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으며 필요할 경우 한 차례 더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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