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과거 인수위와 여러모로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인수위 출범 시기와 규모, 인선 방식과 위상 등에서 과거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스타일'을 둘러싼 장단점도 거론되고 있다.
우선 출범 시기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2007년 이명박 당선인 때는 대선 7일 후인 26일 인수위가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10년 전인 노무현 당선인 때는 2002년 12월 30일 첫 인수위 공식회의가 개최됐고, 1997년 김대중 당선인 때도 12월 27일 인수위가 발족됐다.
박 당선인 인수위는 4일 인선 발표를 한다고 해도 과거에 비해 일주일 이상 늦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이 '거북이 행보' '소걸음'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 출범이 늦어지는 데 대해 "지나치게 지연되면 정부조직 개편이나 조각 등의 중요한 후속 일정도 늦어지면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관련 법안 통과나 인사청문회 등 국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이 시간적으로 쫓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에도 한승수 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대통령 취임(2월 25일)이후인 2월 29일에야 통과됐다. 또 일부 장관의 낙마로 인해 2008년 2월 27일 열린 이명박정부 첫 국무회의 때 노무현정부 총리와 장관들이 참석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인수위 구성이 늦어지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인수위는 인수인계 업무를 넘어 월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인수위 출범을 늦추는 한편 요란하지 않게 정권을 인수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수위 구성 지연은 인수위원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인수위원에 대해선 특별한 검증 절차가 없었고,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인사 때 집중 검증이 이뤄졌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요즘에는 국민 눈높이가 달라졌으므로 그에 맞춰 인수위 단계부터 신중하게 인선해야 한다"면서 "인수위원 물망에 올랐던 대학교수나 국회의원 일부가 검증 과정에서 낙마했다"고 전했다.
인수위 규모도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17대 이명박 당선인 때는 23명의 인수위원에 총 184명 규모로 인수위가 꾸려졌다. 16대 때는 인수위원 26명 등 총 233명, 15대 때는 인수위원 25명 등 총 186명 규모였다. 이에 비해 박 당선인 인수위 규모는 100여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를 '실무형'으로 꾸려 차분한 인수인계를 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인수위가 차기 정부 요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관례도 깨질 가능성이 있다. 역대 정부에서 인수위는 대부분 '실세형'으로 꾸려졌고 인수위 출신 대다수가 정부와 청와대에서 요직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인수위원 등은 임무가 끝나면 원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 데에서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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