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디지털(Inter Digital)은 1972년 세워진 이동통신기기 개발 업체.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특허권이나 지식재산권만으로 수익을 내는 특허관리전문업체, 이른바 ‘특허 괴물(Patent Troll)’로 변신했다.
특허괴물은 보유특허를 무기로 다른 업체들에 대해 소송을 제기, 막대한 배상금이나 로열티 수입을 올린다. 인터디지털도 지난 2011년 약 2만 건에 이르는 2세대(G), 3G, 4G 통신기술에 대한 특허를 바탕으로 무려 3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업이익률만 보면 45% 수준으로 30%대인 애플과 구글보다도 높다.
특허괴물 인터디지털의 소송 공세가 이번에는 삼성전자를 향했다.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 는 3일 삼성전자가 인터디지털로부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 침해 제소를 당했다고 전했다.
인터디지털은 무선통신 관련 특허 7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ITC에 삼성전자와 핀란드 노키아, 중국의 화웨이와 ZTE 등이 만든 스마트 기기를 미국 내 수입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 제품 중에는 갤럭시 노트, 갤럭시 노트2, 갤럭시S3, 갤럭시탭2 등 주력제품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디지털은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도 비슷한 내용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괴물들의 이 같은 공세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을 비롯해 글로벌 IT기업들이 크고 작은 특허소송에 줄줄이 휘말리고, 이에 따라 기술뿐 아니라 자산으로서 특허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됨에 따라 특허괴물의 소송도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의 특허법정은 이미 특허괴물들의 앞마당이 된 상태. 미국에서 벌어진 특허 소송가운데 특허 괴물들이 제기한 소송의 비율은 5년 전 2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6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허괴물들이 요구하는 배상금은 금액도 커서,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의 평균 손해배상액은 일반 특허소송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허괴물은 2009년 200여 개에서 현재는 660개에 이를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월마트, 디즈니 등이 특허 괴물들에게 연이어 소송을 당했다. 애플 역시 지난달 특허괴물인 모바일미디어 아이디어가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굴지의 기업들도 예외 없이 먹잇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구글과 애플이 특허 확보ㆍ소송에 사용한 비용이 연구개발(R&D) 투자액을 초과하기도 했다.
특허괴물들과 싸움에서 승리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인 경우가 많다. LG전자는 지난달 프랑스 정보통신업체 알카텔루슨트의 자회사인 특허전문업체 멀티미디어 페이턴트 트러스트(MPT)와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법정싸움을 벌인 기간이 무려 2년이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괴물들은 소송 전문가들이어서 집요한 전략으로 결국 합의를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이 특허 괴물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최근 5년 사이 특허괴물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기업 순위에서 각각 3위와 8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술 특허가 전체 미국 특허의 16%에 해당하는 25만 개에 달해 스마트폰 등 각종 첨단 IT 기기와 연관되어 있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 업체들의 피해가 더욱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특허괴물들의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영 분야 전반에 걸쳐 특허 분쟁을 회피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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