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13세의 어린 나이에 두만강을 헤엄쳐 건넜던 탈북 가정 고등학생이 높은 취업 경쟁률을 뚫고 공기업 정규 사원이 됐다.
부산도시공사는 사상 처음으로 고졸 사원을 공개 채용한 결과, 기능인재 기계직에 경남공고 3학년 박일룡(19)군이 최종 합격했다고 3일 밝혔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은 박군은 2007년 어머니(42)·누나(20)와 함께 북한을 떠나 부산에 정착했다. 그는 “두만강을 건널 당시 너무 아팠다는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며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을 하며 힘들게 가정을 꾸려 온 어머니에게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군은 학교를 대표해 교장 추천을 받아 공채에 응시했다. 기계과 88명 중 8등의 성적으로 상위 10% 안에 들었을 뿐 아니라 평소 인성이 좋다는 평을 받은 게 추천으로 이어졌다.
이번 채용에서 박군은 1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 박군은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며 “인문계쪽 공부는 부족했지만 기계에 대한 관심은 누구보다 높아 즐겁게 공부했다”고 합격 비결을 설명했다.
부산도시공사는 당초 전기직에서도 고졸 사원을 1명 뽑을 예정이었으나 60점을 넘어야 하는 필기시험에서 응시자가 모두 탈락한 탓에 박군만 유일한 고졸 사원이 됐다. 22일 첫 출근하는 그는 공채에서 함께 합격한 대졸 합격자 14명과 월급, 호봉 등에서 같은 대우를 받는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심각한 고졸 실업자 문제 해소를 위해 공기업으로서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에서 고졸 공채를 처음 실시했다”며 “박군이 탈북민이어서 점수를 더 받은 것은 아니며 면접 때 가장 답변을 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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