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정통 법관 출신으로 민·형사법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지적재산권·조세 분야에서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헌재 파견 시절 헌법연구부장을 거치는 등 헌법 연구와 실무를 두루 경험했으며, 이번에 헌재소장으로 취임하면 최초의 헌법재판관 출신 소장이 된다.
그는 2006년 수원지법원장 재직 중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몫으로 추천돼 지난해까지 4기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보수 성향의 의견을 많이 내왔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4)씨 기소의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합헌 입장의 소수의견을 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 후보자는 "전기통신설비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는 통상의 표현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합헌 의견을 냈다. 하지만 두 건 모두 다수 의견에 따라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가 2007년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할 때는 "특검법은 검찰 수사가 정치적 이해관계와 배치된다는 이유로 반대 당사자의 주장에 터잡아 입법권을 남용한 사례"라며 위헌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법관 시절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을 파기하는 판결을 많이 선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재직 중이던 2003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8개 계열사에 부당내부거래를 이유로 100여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사건을 맡아 "내부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과징금 대부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보수적 재판관'이라는 평가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례를 가볍게 바꾸는 것은 헌재가 취할 자세가 아닌 만큼 보수적 가치관은 재판관의 필수 덕목"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법조인이었던 전 연방대법원장 윌리엄 렌퀴스트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에서 원칙을 잘 지키면서도 중요한 사건에서는 보수ㆍ진보의 입장을 떠나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린 점을 존경한다'고 주위에 말해왔다.
이 후보자가 보수적 성향의 판결만 내린 것은 아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2005년에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ㆍ미선양 가족이 검찰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군 측 수사기록을 대부분 공개하라"고 결정했고, 2008년 탤런트 옥소리씨 등이 제기한 간통제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간통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가 좋아하는 문구는 화이부동(和而不同ㆍ남과 사이 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 2010년에는 미국, 독일 등을 방문해 발표한 논문 등을 모아 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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