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소리'를 전승하기 위해 할 일을 해 냈다는 생각뿐입니다."
조선 후기 8대 명창 가운데 한 명인 정창업 선생의 증손녀인 정의진(66) 명창이 3일 서울시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됐다. 증조 할아버지와 큰할아버지(정학진 명창), 아버지(정광수 명창)에 이어 4대가 '공인 명창'이 돼 소리꾼 가문의 계보를 잇게 된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2호 '수궁가'의 예능보유자가 됐다. 2003년 작고한 정광수 명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로 우리나라의 첫 판소리 인간문화재였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남다른 우리 집안 전통의 소리를 반드시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소리 공부를 했다"고 했다.
무형문화재가 되기까지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판소리에 두각을 드러냈고 20대 후반엔 5년 동안 KBS 심사위원으로도 출연하는 등 왕성히 활동했지만, 아이들을 키우느라 26년간 소리 공부를 접어야 했다. 그러다 2000년 53세의 나이로 다시 소리 공부를 시작해 뒤늦게 결실을 맺게 됐다.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기쁩니다. 하지만 마냥 좋다기보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
정 명창은 앞으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고향인 전남 나주에 아버지 동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공부를 계속하고, 뛰어난 제자들도 열심히 가르쳐서 너무나 훌륭한 우리 전통의 소리가 후손들에게 계속 이어지도록 해야죠."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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