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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에서 발견한 계획 실천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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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에서 발견한 계획 실천방법

입력
2013.01.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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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습관처럼 대단한 계획을 세웠다가 허물어버리기를 반복한다. 나는 아직 세상을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한다. '새해 첫 머리에 계획 따위 세우면 뭘 하나. 어차피 지키지도 않을 텐데.' 사실이 그렇다. 돌아보면 내가 해마다 세운 멋진 계획들을 그대로 지킨 일이 거의 없다.

작년에는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아침에 집근처 수영장에서 매일 한 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하지만 몇 달 뿐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또 이러저러한 꼬리표를 붙여서 운동은 점점 소홀해졌다. 그런가하면 제 작년엔 규칙적인 식사를 하자고 내 자신과 약속을 했는데 이 역시 결국 잘 지켜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드리자는 계획, 반년에 한 번씩은 어디로든 여행을 가보자는 계획, 일기를 꾸준히 쓰자는 계획,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써보자는 계획,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자는 계획 등등. 생각나는 대로 늘어놓으려면 이런 계획들이 끝도 없이 나온다. 물론 제대로 지켜진 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얼마 전 한 신문사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기자는 내게 뜻 깊은 책이 있다면 하나 소개해 달라고 그랬다. 한동안 생각하다 일본 사람이 지은 책 이야기를 했다. 이 책에 '내 인생의 책'처럼 거창한 제목을 붙일 수는 없겠지만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참으로 튼실한 알곡 같은 내용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첫 부분에 나오는'만들기 규칙'을 좋아해서 지금도 생활 하면서 무슨 일을 할 때면 꼭 이것을 떠올린다. 규칙을 소개하면 이렇다. '1. 생각이 떠오르면 만들자. 2. 재료가 있나 알아본다. 3.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살펴본다. 4.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자. 5. 실패를 거듭하자. 6. 장난감에 이름을 지어주자. 7.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장난감을 자랑스러워하자. 8. 망가지면 고치자. 9. 더 재미있게 놀 방법을 생각하자.'

이 책 내용은 아이들이 주변에 있는 사물을 이용해서 장난감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준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아니고서야 이런 책을 곁에 두고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요즘은 아이들도 제가 갖고 놀 것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마트 장난감 매장이 늘 북새통인걸 보면 그걸 실감한다. 아이가 제 장난감을 만들어 쓸 정도가 되면 따로 창의력 교육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 하물며 어른은 어떤가? 누구라도 자기가 쓰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필요하면 간단히 돈을 주고 사서 쓰면 되니까 만드는 건 시간낭비라고 믿는 게 아닐까.

하지만 무엇을 만든다는 건 어떤 일을 실천하는 것과 무척 가까운 관계다.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건 지금까지 자기 생활에 없거나 부족했던 것을 새로이 다잡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만들기 도감에 나온 규칙을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천천히 곱씹으며 뜯어보고 글자를 조금만 바꿔서 자기에게 빗대어보면 쓸모가 많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내 경우엔, 좋은 계획이 떠오르면 일단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실천할 생각을 먼저 한다. 중요한 것은 '해보는 것'이다. 무작정 이렇게 하다보면 당연히 실패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 실패는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발판으로 새로운 일을 해나가기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된다. 공부할 때도 틀린 답을 따로 적어놓았던 '오답노트'가 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실패는 대부분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런저런 일들을 계획하고, 수정하고, 실패하고, 실패한 것을 다시 고쳐서 계획하고 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마음가짐은 더욱 탄탄해진다. 계획한 것은 그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거기서 멈추지 말고 무엇을 계속 만들고 자꾸만 해보는 것이 좋다. 장난감을 만들고 망가지면 고쳐서 쓰는 일을 생각해보면, 당장 필요하다고 해서 쉽게 사서 쓰고 쓸모없다 느끼면 거리낌 없이 버리는 일보다 몇 갑절은 더 값진 일이다. 계획하고 지키는 일도 이와 같이 천천히, 그리고 멀리 내다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해보길 다짐해본다.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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