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36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레미제라블'의 흥행 돌풍이 OST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레미제라블' OST는 지난달 25일 국내 발매돼 1만 7,000장이 온ㆍ오프라인 매장으로 팔려나갔다. 지난해 8월 발매된 뮤지컬 OST 음반도 영화 개봉 후 2,000장이 추가로 팔렸다.
영화 OST 음반의 판매량이 대부분 3,000장 미만이고 1만장을 넘기는 팝 음반도 대개 1년에 2, 3장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레미제라블' OST의 기록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팝 음반은 2만 2,000장의 판매고를 올린 제이슨 므라즈의 '러브 이스 어 포 레터 워드'였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이 팔린 영화 OST는 20만장이 팔린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008) 사운드트랙이었다.
알랭 부브릴(작사)과 클로드 미셸 숀베르크(작곡)이 쓴 '레미제라블'의 음악은 뮤지컬이 198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될 때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에 쓰인 곡은 대부분 영화에도 고스란히 쓰였다. 앤 해서웨이(판틴)가 자신의 슬픈 과거를 노래하는 '아이 드림드 어 드림', 영화를 위해 숀베르크가 새롭게 만든 휴 잭맨(장발장)의 '서든리', 혁명을 외치는 민중의 목소리가 담긴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은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호소력이 짙은 곡들이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희생의 길을 걷는 주인공의 번민, 가난으로 얼룩진 민중의 삶, 절절한 사랑 이야기, 변혁을 부르짖는 저항의 힘찬 기운이 교차하며 감정의 파고를 키운다. '서든리'는 2013년 제 70회 골든 글로브의 '주제가상'후보에 올랐다.
주요 출연진은 모두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실력파들. 휴 잭맨은 토니상 수상 경력의 뮤지컬 배우 출신이고, 앤 해서웨이는 '레미제라블' 미국 공연에서 판틴 역을 연기한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았다. 러셀 크로는 20년째 록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가창력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가수 애덤 램버트는 SNS를 통해 "앤 해서웨이의 노래는 숨 막힐 정도로 훌륭하지만 몇몇 배우들의 노래는 몰입을 방해한다"라고 꼬집었다. 러셀 크로는 램버트의 독설에 대해 "사실적이면서 날 것의 느낌을 주기 위한 감독의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OST에는 혁명가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의 전곡이 실리는 대신 마지막 곡 '에필로그'의 후반부에 짧게 포함됐다.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이 빠진 이유를 묻는 문의가 많은데 공식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전곡이 담긴 확장판이 추가로 발매될지는 미국 본사에서 아직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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