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한 중국 남성이 큰 여행가방을 들고 캐나다 밴쿠버 공항을 통과하다가 세관원에게 저지당했다. 가방에서 나온 것은 현금 17만7,500달러(1억9,000만원). 그의 주머니와 지갑, 가방 안감 밑에서도 미국과 캐나다 달러가 쏟아져 나왔다. 집을 사기 위한 돈이라고 둘러댄 그는 벌금 250여만원을 뺀 나머지 현금을 들고 무사히 세관을 통과했다.
중국인의 외화 반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캐나다 국경관리국이 2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적발된 밀반입 현찰 1,500만달러 중 1,110만달러는 중국인들로부터 압수한 것이었다. 이 기간 공항을 거쳐간 중국인 652명이 평균 1만6,700달러(1,770만원)씩 소지하고 있던 셈이다.
미국도 중국인이 선호하는 자산 은신처 중 하나다. 미국 국제공항에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압수한 현금 중 10%는 중국 발이었다. 밀반입자의 국적을 보면 1위인 미국 다음으로 많다.
중국 정부는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개인이 해외로 갖고 나가는 돈을 연 5만달러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일일이 단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은 1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반입할 경우 세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어기더라도 벌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WSJ은 "공항에서 적발되는 중국인들의 현금은 실제로 반입되는 돈의 일부일 뿐"이라고 전했다.
중국인이 현금 반출처로 캐나다를 특히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는 데다가 외국인 투자에 많은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반입한 돈을 토지와 주택 등에 투자해 캐나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같은 기간 한국인도 상당량의 현금을 밀반출했다. 밴쿠버 공항의 나라별 현금 밀반입 규모는 1위 중국에 이어 캐나다, 이란, 한국(55만달러∙5억8,000만원)순이었다. 미국 공항에서도 한국인은 93만달러(9억8,000만원)를 밀반입해 4위에 올랐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