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영아에게 결핵 예방접종(BCG) 비용을 지원한지 1년이 됐다. 이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BCG를 돈 내고 맞히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잘못된 의학정보 때문이다.
BCG는 약을 주입하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인 주사처럼 맞는 주사식(피내용)과 도장 찍듯 살짝 눌렀다 떼는 도장식(경피용) 백신이다. 정부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백신은 주사식만이다. 많은 부모들이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면서까지 아기에게 도장식을 맞히는 건 대부분 팔에 보기 싫은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흉터를 예방접종의 이상반응이나 후유증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이 가장 잘 일어나는 부위 중 하나가 피부 안쪽 진피층(피내)이다. 주사식 백신은 결핵균이 들어 있는 약을 바로 이곳에 주입한다. 접종 후 남는 흉터는 결핵균과 싸우기 위해 몸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정상적인 결과물이다. 문제는 신생아의 피부가 얇다 보니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주사를 놓으면 자칫 약이 진피 아래 근육층까지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결핵 면역반응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만 림프절에 염증이 생기는 '진짜' 후유증까지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본에서 나온 백신이 바로 도장식이다. 짧은 바늘이 여러 개 달린 도장처럼 생긴 주사를 아기의 팔에 대고 누르면 약이 피내로만 들어가도록 만든 것이다. 숙련되지 않은 의료인도 쉽게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도장식이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흉터가 남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배근량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도장식 역시 제대로 맞았다면 대부분 흉터가 남는다"며 "흉터가 생기지 않은 경우는 바늘이 피부 겉만 살짝 뚫어 약이 피내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게 국내외 학계의 견해"라고 말했다. 흉터가 없으면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결핵 면역력이 생겼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결핵은 백신 접종 후 면역력이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이 아직 없다. 흉터가 면역력을 보여주는 유일한 의학적 지표인 셈이다. 하지만 접종 숙련도가 부족하거나 경영이 어려운 일부 의원에선 여전히 흉터가 안 생긴다며 부모들에게 도장식을 권하거나 별 설명 없이 도장식을 맞히는 것으로 보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국내 주사식과 도장식 접종 비율이 2대 8~3대 7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사식은 약 3만원(정부 지원)인데 비해 도장식은 7만~8만원(환자 부담)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사식 접종을 권고한다. 도장식을 맞는 나라는 현재 한국과 일본뿐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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