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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절벽 협상하다 '정치절벽' 만난 베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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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절벽 협상하다 '정치절벽' 만난 베이너

입력
2013.01.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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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2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이 3일 개원하는 113대 의회에서 의장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녁 무렵 불출마 소문은 억측으로 판명났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 소문이 전날 재정절벽 타협안 처리를 주도하다 난처해진 그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베이너로선 초당적 행보를 한 것이지만 의회 밖 보수진영은 그를 의장 자리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의회 안 분위기도 그에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한 보수 매체는 최소 20명의 공화당 의원이 베이너의 차기 의장 선출을 막기로 모의했다고 전했다. 하원 전체 433석(2석은 공석) 가운데 233석을 차지한 공화당에서 17명만 이탈해도 베이너는 민주당 도움 없이는 의장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 지지를 확보할 수 없다.

이런 베이너는 전날 허리케인 샌디 피해 복구 법안의 처리를 연기시켜 더욱 곤혹스런 상황으로 몰렸다. 그에게 법안 처리를 요청하는 전화를 수 차례 했지만 응답전화를 받지 못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어젯밤 미국 정치는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선서를 하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며 그를 비난했다. 샌디 피해가 큰 뉴욕ㆍ뉴저지 출신 공화당 정치인들도 비난 전에 가세하며 베이너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선 그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에게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구심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캔터는 재정절벽 타협안 반대를 주도, 이례적으로 베이너와 다른 배를 탔다. 당 지도부가 이견을 보인 것은 의회 역사에서도 사례가 많지 않다. 사실상 베이너에 반기를 든 것이란 점에서 그가 하원 의장 직에 도전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베이너가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베이너는 지난 2년 동안 재정적자 및 재정절벽 협상을 위해 백악관과 의회를 오가며 셔틀 협상을 했으나 만족스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113대 의회에서 베이너는 오바마를 사적으로 또는 1대 1로 만나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가 오바마에게 화가 나 있다"고 했다. 2개월 뒤로 미뤄진 국가부채 상한 및 연방예산 삭감 협상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여 타협안 마련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이번 재정절벽 타협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차기 주자의 맞수가 다른 입장을 취한 것도 눈길을 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상원의 공화당 주류 의견과 달리 반대표를 던져 그가 보수 유권자단체 티파티의 일원이란 점을 상기시켰다. 반면 폴 라이언 하원의원은 찬성표를 던져 자신의 지기 기반인 정통 보수진영 내 위상이 축소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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