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가 차기 이사장 선출을 위해 이사회를 네 번이나 열고도 가결하지 못하는 혼돈에 빠졌다. 박근혜 당선인이 "근절하겠다"고 천명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3일 전국건설노조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이날 서울 역삼동 공제회 본회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진규 청와대 정무1비서관과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을 이사장 후보로 세 번이나 표결을 했으나 모두 5 대 5 동수가 나와 결국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이사회는 17일 다섯 번째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당초 건설공제회의 이사장 후보는 이진규 비서관 한 명이었다. 이 비서관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 나와 자신을 소개하고 비전까지 밝혔다. 그러나 숭실대 행정학과를 나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등을 맡아 정치경력만 있을 뿐 건설업에는 몸 담은 적이 없는 인물이어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시민사회단체 40곳이 반대 의견을 밝히고, 여야 국회의원 80명이 반대 서명에 나서자 이사회도 양편으로 분열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공제회 이사는 국토부와 고용노동부 담당 국장 각 1명과 두 부처 추천 이사 각 3명, 노동계 2명, 공제회 현 이사장과 전무이사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지난달 6일 이사장 선출을 위한 첫 이사회는 노동계 이사들에게 장소도 알리지 않은 채 강행하려다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결론을 유보했다. 같은 달 21일 두번째 이사회 역시 안팎의 반발에 압박감을 느낀 이사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일주일 뒤(28일) 열린 세 번째 이사회는 최종 결정을 내린다며 이 비서관이 참석해 자기소개까지 했지만, 오히려 공모절차 없이 이사가 추천하는 선임절차가 문제가 됐다. 이사들은 이사장 추천제와 공모제를 두고 표결을 했으나 6 대 6 동수로 선임방법을 결정하지 못했고, 정부측 추천인인 이 비서관과 함께 노동계와 재계에서도 각각 1명씩의 후보를 내세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3일 이사회에는 국토해양부 추천 이사가 사정 상 불참하고 이정식 이사가 이사장 후보가 되면서 표결권을 잃어 표결권을 가진 이사가 10명이었고, 4시간의 논의와 세 번의 표결에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동부 측 이사들이 워낙 강하게 이진규 비서관을 밀어 재계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노동자 퇴직공제부금 지급, 학자금 지원, 주택자금 대출 업무 등 건설노동자 복지업무를 하며, 사업주가 퇴직금 명목으로 하루 4,000원씩 납부하는 퇴직공제부금 등 총 1조7,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불법 다단계 구조와 불법 외국인 인력 등의 문제로 일용직 노동자들은 월 평균 21.8일 정도 작업하지만 퇴직금 적립은 월 평균 5일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건설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이사장이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권 말기에 낙하산 인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현 정부가 한심하다"며 "이 비서관이 선출된다면 출근저지 투쟁 등으로 강경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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