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 우리는 모두 한 살씩 나이를 더 먹게 되었다. 예외가 없이 공평한 일이다. 저마다 소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이를 한 살 더 먹음으로써 10년 단위의 나이를 갱신해 새로운 나이대로 접어든 사람들, 이를테면 이제 20대가 되거나 30대가 되거나 40대가 된 사람들의 소회는 다른 이들보다 좀더 복잡할 것이다.
나이가 주는 중압감은 큰데, 여전히 자신이 어딘지 미숙한 것만 같고,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것 같고 그럴 것이다.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하면서 한숨을 내쉬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누가 나이를 부정하거나 극복할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는 육체적 나이와 정신적 나이의 불화를 경험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자, 나만 해도 열 살 때는 스무 살이 어른인 줄 알았고, 스무 살 때는 서른 살이 어른인 줄 알았으며, 서른 살 때는 마흔 살이 어른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와 같은 생각은 너무 순진하고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어른이 자기긍정과 타자에 대한 전폭적인 이해를 완성한 존재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어른의 시절은 없는 듯하다.
우리가 각자 경험한 불안의 정도나 고통의 깊이가 다를 뿐이지 우리는 영원히 어른이 되기 위해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과 직면할 뿐이다. 이렇듯,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온도는 조금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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