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국방예산 삭감 정면 비판
청와대와 정부는 국회의 새해 국방 예산 삭감을 비판하면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복지 예산 지출을 경쟁적으로 올리는데, 국방 예산을 경쟁적으로 깎는다”며 “국가안보에 대한 도전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에 대한 투자를 조금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는 1일 342조원 규모의 2013년 예산안을 가결하면서 지역 개발에 소요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3,670억원을 포함해 복지·교육 예산 등을 중심으로 4조3,700억원을 정부안보다 늘렸다. 대신 3,280억원의 국방 예산을 포함해 예비비, 각 부처 운영비 등을 묶어 4조9,100억원을 감액해 전체적으로 정부안에서 5,400억원을 깎았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택시법과 관련해 “북한의 장사정 포탄을 요격해 서울의 핵심 시설을 지키는데 4개의 (아이언돔) 포대가 필요하고 이를 설치하는데 5,000억원이 든다”며 “택시를 지원할 수 있는 돈이면 북한 장사정포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예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을 제거하는데 (모두) 1조원이 든다”며 “어떤 사업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중시해야 할 가치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돼야 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이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방 예산 삭감에 대해 “안보 예산을 깎아 다른 곳에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기에 여러 사람들의 공감이 있었다면 안보 예산이 깎이지 않았을 것인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택시법 통과는 우리 사회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정부의 거부권 행사는 법이 행정부로 넘어오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택시법안 통과로 대체입법으로 추진하던 특별법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며 "올해 예산에 택시의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감차보상비 50억원이 책정돼 있는데 이번 법 통과로 정부 재정 투입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택시법이 대중교통 정책의 혼란을 초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재정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임기 말 입법부와의 충돌은 물론 새 정부와도 마찰이 불가피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청와대도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해야 하느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다”며 “택시법이 이달 중 국무회의에 넘어오면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택시법 대신 종합 대책안을 만들고 특별법까지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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