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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창고 화재가 소방관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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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창고 화재가 소방관 삼킨다

입력
2013.01.0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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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덩이 속에서 후배의 안전을 먼저 지킨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2일 오전 10시 20분 경기 고양시 일산소방서 차고에서 최리희 소방사가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자 동료 소방관들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난달 순직한 일산소방서 김형성(43) 소방위과 의무소방대원 김상민(22) 상방 유족들은 고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오열했다.

20년 넘게 화재를 진압한 베테랑 소방관인 김 소방위는 세밑 화재현장에서 후배 소방관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자신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순직했다. 대학 입학 뒤 입대한 김 상방은 지난달 17일 진화를 돕다 사고를 당해 29일 눈을 감았다. 이날 열린 합동영결식에서 이들에게는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고, 각각 1계급 특진했다.

지난 한해 동안 순직한 소방관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5명의 소방관이 진화에 나섰다 목숨을 잃었고 3명이 구조활동 중 생을 마감했다. 특히 진화 중 순직한 소방관 5명은 모두 공장이나 창고에서 눈을 감았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일 고(故) 김영식(52) 소방경은 부산 사상구의 한 신발공장에서, 9월 27일 고 김성은(45) 소방경은 경기 남양주시의 대기업물류창고에서 순직했다. 11월 2일 순직한 고 김영수(54) 소방경 역시 물류창고에서 숨을 거뒀고, 김형성 소방위도 경기 고양시의 문구류 공장에서 무너진 건물에 깔려 순직했다. 김상민 상방이 추락해 중상을 당한 곳 역시 고양시의 작은 공장이다.

소방관들은 공장과 창고 화재가 위협적인 이유로 샌드위치 패널을 꼽는다.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안에 단열재로 주로 쓰이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은 화재 시 기름과 같다. 순식간에 타오르며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소규모 공장이나 창고는 내부에 인화성 물질이 많고 철골조도 약해 붕괴위험도 크다. 하지만 위험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소방관들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화인 제거와 혹시 모를 인명 구조를 위해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밖에서 물만 뿌릴 수도 있지만 숭례문 사례에서 보듯이 진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며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대피한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해 화재현장 진입은 소방관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2008년 40명이 숨진 이천 냉동창고화재 뒤 바닥면적 3,000㎡ 이상 창고는 난연재로 내부마감을 하도록 법이 강화됐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창고는 극소수다. 소규모 창고나 공장들은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을 사용한 샌드위치 패널보다 싼 값으로 벽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샌드위치 패널에는 별도의 내ㆍ외장 공사도 필요 없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화재 시 샌드위치 패널의 취약성이 불거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며 "화재로 인한 비극을 줄이려면 면적 규정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도 소방관 순직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는 1,208명으로 일본(820명)이나 홍콩(816명) 등에 비해 많고,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에서는 혼자서 무려 2,004명을 맡고 있다. 경기도는 3교대 비율도 80.9%로 가장 낮다.

소방인력이 늘어나야 하지만 소방관의 99% 이상이 지방직공무원이라 정부는 한발 물러나 있고 지자체는 예산이 부족해 소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5년간 진화나 구조 등에 나섰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36명에 달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순직과 인력 부족은 무관하지 않다"며 "지방재정만으로 소방장비나 인력을 보강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가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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