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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새해 첫날 "밀린 월세 내라" 세입자 딸 손가락 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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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새해 첫날 "밀린 월세 내라" 세입자 딸 손가락 잘라

입력
2013.01.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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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밀린 집세를 받겠다며 찾아갔다가 이미 사망한 세입자의 10대 딸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른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자신이 세놓은 6평짜리 원룸에 살고 있는 최모(18)양에게 흉기를 휘두른 오모(59ㆍ무직)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45분쯤 자신이 세놓은 전주시 우아동의 원룸에 밀린 월세를 받기 위해 찾아갔다. 문이 반쯤 열린 원룸에서는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최양과 여동생(14ㆍ중2)이 TV를 보고 있었다. 자매의 어머니(49)는 휴일인 이날도 일터인 식당에 나가고 없었다.

오씨는 문을 열고 신발을 신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최양 자매에게 “집주인이다. 밀린 세를 받으러 왔다. 아버지 어디 있느냐”고 다그쳤다. 최양은 겁에 질려 “아버지는 한 달 전에 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오씨는 “아버지가 죽었다니 잘됐네. 너희들도 죽어봐라”며 허리춤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최양의 얼굴과 몸에 20여 차례나 마구 휘둘렀다. 최양은 오씨가 휘두르는 흉기를 손으로 잡고 막으면서 동생에게 “밖으로 도망쳐 경찰에 신고해라”고 소리쳤다. 최양은 이 과정에서 왼손 가운데손가락 끝부분이 1cm쯤 잘려나가고 오른발 새끼발가락도 잘려나가는 중상을 입었다.

최양의 동생은 밖으로 나가 행인들의 도움을 요청, 김상규(43ㆍ회사원) 장현량(40ㆍ회사원)씨 등 시민 2명이 원룸으로 뛰어들어가 오씨를 제압했고, 10분쯤 후 출동한 경찰에 넘겼다. 최양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손가락 등 접합수술을 받았지만 이마와 어깨 등 곳곳에 자상을 입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다.

경찰 조사결과 오씨는 이 원룸에서 보증금 500만원으로 전세를 살다 3년 전 다른 집으로 이사하면서 최양의 아버지에게 월 25만원에 세를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양의 아버지는 지난달 20일 위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세 가족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어머니의 수입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경찰에서 “원룸을 사글세로 내줬지만 2년 넘게 한번도 월세를 받지 못해 이날 찾아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이 거짓말 같아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오씨는 전과나 정신병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 김씨와 장씨는 “어린 소녀가 칼을 든 사람이 언니를 죽이려 한다고 애원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원룸 안에 들어간 순간 피가 흥건했지만 용기를 내 범인의 팔다리를 잡고 경찰이 올 때까지 누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등을 표창하고 포상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전주=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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