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됐던 미국 재정절벽의 타개 법안이 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 방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거친 뒤 원래 협상 마감시한(지난해 12월 31일 밤 12시)에 소급해 적용된다.
미국 하원은 이날 새벽 상원이 통과시킨 '매코널-바이든 합의안'을 원안 그대로 표결에 부쳐 밤 11시께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가결 처리했다. 오바마 행정부를 대변하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만든 이 합의안은 ▦부부합산 연소득 45만달러 이상(개인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39.6%로 상향조정 ▦장기 실업수당 지급시한 1년 연장 ▦정부예산 자동삭감 발동 시한 2개월 연기가 골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세제를 더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법안은 미국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당초 합의안의 예산감축 계획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정안을 만들어 상원에 돌려 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 전 "상원 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했다. 그러나 수정안이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 원안 처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공방이 길어지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됐다.
재정절벽 타결의 영향으로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7.1원 급락한 1,063.5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070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11년 9월 5일(1,068.8원) 이후 15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장 마감 40분 전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쏠림 현상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잠깐 반등을 시도했다. 그러나 박 장관이 "당장 추가 조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자 이내 하락으로 돌아섰다. 반면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34.05포인트(1.71%) 상승한 2,031.1로 거래를 마쳤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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