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재정절벽 합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은 일단 경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재정절벽의 주요 쟁점인 연방정부 예산 삭감 방식에 합의하지 못한 채 삭감 시한만 2개월 늦췄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혹독했던 재정절벽 협상은 끝나지 않았으며 올해 초반에는 그보다 더 혹독한 결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2일 전망했다.
고비는 미국 재무부가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을 추진할 2월 말이다. 연방정부의 빚은 이미 지난해 말 법정 상한인 16조4,000억달러에 도달해 재무부가 특별 조치로 2,000억달러를 임시 증액해 놓은 상태다. 2월 말 부채 한도 조정 관련 의회 의결에 차질이 빚어지면 연방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초유의 사태에 빠지게 된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런 상황을 연방정부 예산 삭감 협상과 연결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싶어한다. 부채 한도를 높이는 대가로 재정 적자의 주 요인으로 지목되는 메디케어 등 사회복지 예산의 삭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제2라운드에서는 우리의 협상력이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재정절벽의 또 다른 쟁점인 부자 증세가 이번에 합의됐기 때문이다. WP는 "공화당이 부자 증세를 거부해 중산층 감세와 재정 적자 감축 논의를 막고 있다는 것이 공화당을 공격하는 오바마의 수사적 무기였다"며 "공화당은 향후 논의가 부자 증세가 아닌 예산 삭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므로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부 부채 한도 조정과 예산 삭감안을 연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오바마는 "부채 한도를 높이는 문제에서는 의회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2011년 8월 15조1,940억달러였던 부채 한도를 지금의 한도로 증액할 때도 민주, 공화 양당은 재정 적자 감축안을 놓고 몇 달간 치킨게임을 했다. 당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WP는 "정부 예산 자동 삭감 시한인 3월 초가 결전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속 협상이 3일 개원하는 제 113대 의회에서 이뤄지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67명이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113대 의회에서 효율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회기를 끝으로 퇴임하는 스티브 라투렛 공화당 하원의원은 "새로운 의원들에게 우리가 2년간 해결하지 못한 재정 이슈를 던져 놓고 3개월 안에 해결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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