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처럼 유명해지려면 2만년은 지나야 할 거에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2명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가수 싸이가 새해 첫 날 만나 덕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서 재회했다. 지난해 10월 유엔본부에서 첫 만남을 가진 지 3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이날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 유엔출입기자단 주최 송년 만찬에서 공개한 패러디 동영상을 언급하며 "누군가가 유튜브에 올렸는데 아직 조회 수가 5,000건이 안 된다"고 한 뒤 "아침에 계산을 해보니 (11억건 조회 수를 기록한)싸이처럼 유명해지려면 2만년이 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 동영상은 반 총장이 싸이에게 빼앗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싸이를 흉내내며 영상을 만들지만 흥행에 실패해 집에서 손녀에게 동요를 불러주는 장면이 의외로 인기를 끌어 다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으로 등극하게 된다는 코믹한 내용이다. 그는"싸이는 참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며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예술인이 됐기 때문에 신년 한 해에도 더욱 창의력을 갖고 활기찬 예술활동을 전개해 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싸이도 반 총장과의 재회를 기뻐하며 "외국 기자들로부터 '누가 말춤을 출 때가 가장 영광이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 때마다 '반기문 총장님'이라고 답한다"며 "반 총장님이야말로 말춤을 가장 안 출 것 같은 분이기 때문"이라고 재치 있게 화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와서 반 총장님과 함께 만나는 것을 외국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엄청난 일이 일어났구나, 이런 날도 오는구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싸이는 이어 "누구를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기에 '국위선양'이란 단어가 민망하지만, 어쨌든 국민의 성원이 있어 여기까지 왔으니 올해는 더욱 건실하게 살아야겠다"고 새해 다짐을 밝혔다.
앞서 두 사람이 지난해 처음 만났을 때 싸이가 "여러분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넘버 원과 넘버 투를 보고 계신다"고 인사하자, 반 총장은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이제까지 당신이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었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라는 언급도 이때 처음 나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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