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도 안 나죠, 털도 없죠, 먹이도 1주일에 한 번만 주면 되잖아요?"
뱀의 해를 맞아 애완뱀을 키우는 이색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징그럽고 위험한 뱀을 왜 키우냐는 주변의 핀잔에 "뱀처럼 매력적인 동물도 없다"고 응수한다.
회원 수 3만3,000여 명의 국내 최대 파충류 동호회 '쥬만지 펫'을 운영하는 이동희(41)씨는 2일 "뱀을 키우는 것은 개,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과 차이가 없는데도 무조건 뱀은 안 된다는 편견이 크다"며 "알고 보면 다른 애완 동물보다 관리가 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뱀 입문서 을 펴낸 차승훈(19ㆍ서라벌고 3)군은 "뱀에 대한 공포는 대부분 무지에서 온다"며 "뱀 독에는 독성이 없고 피부도 끈적끈적할 거라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차군은 "생소한 동물이다 보니 키우면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하나를 내 손으로 알아가는 재미가 크다"며 "올해 대학 생명과학과에 진학하는데 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뱀 독 전문가를 장래 희망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뱀을 키우는 매력에 대해 "다른 동물은 사람 손에서 빠져나가려는 습성이 강한 반면 뱀은 사람의 품 안에서 똬리를 틀면서 밀착한다"며 "서로 만지고 느끼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뱀 마니아들은 뱀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나아지기를 희망한다. 학창시절부터 뱀, 도마뱀 등 희귀 애완동물 수 십 종을 키워 온 이씨는 "뱀이 감기에 자주 걸리지만 치료비만도 50만원을 훌쩍 넘어 치료도 못 받은 채 뱀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수의사들 역시 뱀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지 않다 보니 큰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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