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납세자 권리 대신 징세에만 매달린 탓일까. 고학력이고 소득이 많은 이른바 '핵심 납세계층'의 조세체계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계층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2일 한국조세연구원이 내놓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납세의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성인 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성실납세 지표'에 대한 응답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연간 소득 '4,000만~8,000만원' 계층과 '8,000만원 이상' 계층의 점수는 각각 68.7점과 71.3점으로 전체 평균(74.5점)에 크게 못 미쳤다. 또 대졸(72.2점)과 대학원졸(68.3점) 등 고학력자 점수도 전체 평균에 크게 뒤졌다.
반면 연간 소득 1,000만원 미만(77.6점), 중졸 이하 학력(82.4점)의 '성실납세 지표'에 대한 응답 점수는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성실 납세에 대한 계층간 인식 차이는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거나 세부담이 낮은 계층은 원론적이고 규범적으로 대답해 점수가 높은 반면, 소득의 상당 부분을 납세하는 계층은 불공평한 과세 관행과 재정지출의 비효율성에 대한 민감하게 인식하고 '세금은 낼수록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편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수직적 조세형평성'에 대한 평가와 관련, 2,400명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불과 10.7점에 머물렀다. 조세연구원 이혜원 부연구위원은 "대다수 국민들이 현행 조세제도가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공평한 조세부담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포퓰리즘 가능성에 대한 일부 우려에도 불구,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자증세와 관련해 대부분 국민들이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탈세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성실납세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일반 시민의 조세순응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현재 고액 납세자에 한정된 성실납세자 지정을, 소액 또는 일정 금액 세금을 꾸준히 낸 납세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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