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값은 싸지만 영양학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2,3등급 한우를 학교급식에 보급하려던 계획이 축산농가의 반발로 무산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1등급 한우를 쓰느라 학생 1인당 연간 730g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려던 것인데 '2ㆍ3등급=저질육'이라는 편견의 벽에 가로 막힌 셈이다.
2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민주통합당은 올해 예산심의 과정서 친환경급식(무상급식) 우수축산물예산 중 한우고기 1등급 차액보조금 105억6,000만원의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우수축산물 예산 160억원의 대부분이 값비싼 1등급 소고기 구입지원에 쓰여 지난해 연간 1인당 소고기 섭취량이 730g에 불과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2ㆍ3등급 한우를 쓰는 타 시도에서도 별다른 민원이 제기되지 않는데다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 다른 축산물 구입비는 54억여원에 그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민주통합당 안승남(구리) 의원은 "한우 1등급은 마블링(지방) 함량이 많아서이지 품질과는 직접적 상관이 없다"며 "2ㆍ3등급 한우를 써 충분한 소고기를 공급하든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구입을 늘리는 것이 보다 많은 축산농가와 학생들을 돕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우 축산농들은 이 같은 방침에 즉각 반발, 지난달 26일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 본회의가 하루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도의회는 1등급 한우고기 보조금을 제외하려던 당초의 방침을 철회,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1등급 차액보조금은 1등급 한우를 쓰게 함으로써 한우 농가의 경쟁력을 살리고 아이들에게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보조금을 없앨 경우 육질개선노력이 사라지고 값 싼 수입육이 아이들 식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민주통합당 측은 1등급 한우 급식은 계속하되 이를 공론화 해 도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강원도의 경우 한우를 우수농축산물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려다 주 급식재료인 불고기, 국거리의 경우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 제외했다"며 "서울의 경우도 3등급 이상을 급식하지만 이에 대한 품질 민원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보조금의 취지가 축산농들을 돕고 아이들에게 우수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것인 만큼 취지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단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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